김혜순 '껍질의 노래'

김혜순 '껍질의 노래'


김혜순 '껍질의 노래'

이번 학기에 "생태문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생태문학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쓴 "Literature and Environment"이라는 논문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을 했었습니다.
거기에서, "성 역할"이 어떻게 생태문학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관해서 다루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러한 시의 한 예로, 우리나라 시인의 시가 2개나 예로 실려있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김혜순" 시인의 껍질의 노래라는 것이었구요. 다른 한 시는 "최승자" 시인의 겨울에 바다에 갔었다라는 시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김혜순 시인의 "껍질의 노래"라는 시를 한번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껍질의 노래
                                                       김혜순


가르쳐주지 않아도

열려진 입술은 젖을 찾아낸다
그리곤 내 몸 속에서 단물을 빼내간다
금방 먹고도 또 빨아먹으려고 한다
제일 처음
내 입안에서 침이 마른다
두 눈에서 눈물이 사라지고
혈관이 말라 붙는다
흐르던 피가 사라지고
낙동강 물이 마르고 강바닥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터진다
전신이 흠뻑 빨려 나간다
먹은 것을 토하면서도
열려진 너희들의 입술은
젖꼭지를 물고야 만다
마침내 온몸이 텅 비어
마른 뼈와 가죽이 남을 때까지
천궁이 갈라지고
은하수 길이 부숴져 내릴 때까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영혼마저 말라 죽을 때까지

이 시에서 "여성의 몸"을 "자연"에 비유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버드 대학교 논문에서는, 착취의 대상이 여성이 아니라 자연으로 바뀌게 되면, 어떠한 결과가 우리에게 돌아오는지에 관해서, 이 시를 통해서 한번 생각을 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Kim Hyesun’s poem “Kko ̆pjil u ̆i no-rae” (“Song of Skin,” 1985) also points to the broader consequences of bearing and nourishing offspring. References to landscapes collapsing, rivers drying up, and riverbeds cracking apart indicate what can happen when the very people the woman nourishes leave her side and extract not milk from their mother but water from rivers, trees from forests, and minerals from mountains: The poem depicts women’s bodies as enabling environmental degradation.


중간에 "먹은 것을 토하면서도..."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동물 중에서 과식을 하는 특성을 가진 종족은 인간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며, 끊임없이 환경을 착취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제 전공이 국문학과는 아니지만, 영문학과 전공 수업 시간에 이렇게, 우리나라 작품이 등장하게 되어서 한번 다루어보니 신기했습니다.
잘 찾아보면, 아니 잘 찾아보지 않아도, 우리나라 작품도 정말 잘 쓰여진 것들이 많이 있는 듯 합니다.

소인배

Since 2008 e-mail : theuranus@tistory.com

    이미지 맵

    휴지통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