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 은말 '천사가 쓴 악마의 시'

고니, 은말 '천사가 쓴 악마의 시'


고니, 은말 '천사가 쓴 악마의 시'

책을 좋아하지만 의외로 책을 사는 것에는 인색하다.
책을 빌려볼 수 있는 학교 근처에서 살고 있는 것이 첫번째 이유일 것이요.
책을 보관할 만한 곳이 딱히 없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일 것이다.
가난한 자취생에게는 책을 사서 보고, 보관할 여력이 없다는 핑계가 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언제 집을 옮겨야 할지 모르기때문에 집에 있는 물건은 최소화시키면서 사는 인생, 어쩌면 항상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인생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하면, 아무래도 서점에서 내 돈주고는 이런 책을 절대로 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잘 알기에...
정말 보고 싶은 책도 우선 학교에 있는 지 먼저 검색해보고 없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비로소 구매를 하는 내 습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코스모스라는 사이트를 알고 난 후, 항상 가능하다면, 배송비만 주면 받아볼 수 있는 책을 자연스럽게 신청하는 것이다.
이 책도 그런 방식으로 내 손에 들어온 책 중의 하나였다.

고니가 쓰고 은말이 그리다.
글 고니, 그림 은말이라고 쓴 것보다는 확실히 뭔가 느낌이 더 좋다.
같은 글이라도 이렇게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니, 이런 것이 언어와 글쓰기의 하나의 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천사가 쓴 악마의 시라는 말 자체도 뭔가 모순이 되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말이 되는 것 같은 그런 글귀다. 어쩌면 이러한 제목 때문에 책을 주문하면서도 상당히 큰 기대를 하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왠지 서구의 철학적인 내용이 답겨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이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이 도착하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그러한 기대는 사라졌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 중의 하나인 사랑에 대해서, 짝막하게 시로 표현한 글,
그리고 그에 걸맞는 삽화가 많이 들어간 그런 책이었기 때문이다. 딱히, 철학적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감성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천사가 쓴 악마의 시... 책에 담겨있는 짤막한 시적인 표현들을 보고나니, 왜 이런 제목을 내세웠는지에 대해서 감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하다.그리고 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그렇게 표현을 했는지도 함께 말이다.

오랜만에 감성을 자극하는 시와 삽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좋은 책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비록 이런 책은 감수성이 풍부한 여고생들에게 더 적절한 책인 것 같긴 하지만...




아름답다고 하면 아름다워진다.
슬프다고 하면 슬퍼진다.
마술처럼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면
나는 그러겠지.

책의 주제인 사랑을 벗어나서도, 삶은 정말 말하는 대로, 기대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같은 내용을 보고도 다른 포인트를 집어내는 것, 이것 또한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가졌는데, 다른 독자들은 무슨 생각을 가졌을까가 항상 궁금해지긴 한다.
그래서 혹시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렇게 책을 읽고나서 블로그에 짤막하게나마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소인배

Since 2008 e-mail : theuranu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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