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식과 RU-21의 추억

첫 회식과 RU-21의 추억


첫 회식과 RU-21의 추억


개인적으로 먹는 것에는 두려움이 없지만, 딱 한 가지 먹는 것에 두려운 경우가 있다. 바로 “술”이라는 대적이다. 부모님으로부터 알코올 분해효소를 만들지 못하는 몸을 물려받은 탓에 술자리만 가면 항상 고전하게 되는 것이다.


술을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탓인지, 개인적으로는 술을 마시고 좋은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다. 항상 쓰기만 하고 몸에도 별로 좋지 않은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첫 회식의 추억”

 

평소 친구들과의 술자리라면 적당히 마시고 분위기를 즐기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제법 나이도 찼으니, 괜히 젊은 객기에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거나 뻗어버리면 오히려 같이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피곤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직 살아오면서 필름이 끊겨버릴 정도로 술을 마셔 본 적은 없지만, 혹시 주량을 초과해서 마시면 그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미리미리 경고를 해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의외로 술을 마시고 나서도 멀쩡한 경우도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알코올을 분해하지 못하는 대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선천적인 엄청난 소화력이 있기 때문인지, 술을 마시고 나면 금방 몸에서 열이 나고, 또 금세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첫 직장, 그리고 첫 번째 회식"


회사에 처음으로 들어오고 나서 회식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회식, 소문으로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맞닥 뜨리니 상당히 겁이 나기도 했다. 술을 주는 대로 다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주는 술을 마다했다가는 괜히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이다.


취업을 하기 전부터 항상 걱정했던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술을 잘 못하는 체질이다 보니 술을 보면 지레 겁을 먹는 것이다. 게다가 생긴 것 만으로는 술을 상당히 잘 먹게 생겼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니 상당히 난감할 따름이다. 내가 들어오고, 팀장님께서는 우리 팀에 술을 잘 먹을 것 같은 사원이 들어왔다고 상당히 좋아하시는 눈치였으니 말이다.


△ 회사에서 바라 본 풍경


“6시 퇴근 그리고... 자 이제 가시죠.”

 

내 인생의 첫 번째 회식 날짜는 다가오고 그 시간도 다가왔다. 뱃속을 조금 채워두고 술을 마시러 가야 할 것 같은데, 점심때 밥을 조금 적게 먹은 탓인지 아니면 엄청난 소화력이 또 위력을 발휘한 것인지, 퇴근 시간 2시간 전부터 배가 고프다.


아니, 항상 이런 식이기는 했다. 학생 때부터 저녁을 조금 일찍 먹는 습관이 들어서인지... 그렇게 회식장소로 이동해서 자리를 잡으니, 차장님께서 특별히 양주도 가져오셨다. 팀장님께서는 바로 “폭탄주”를 만드실 준비를 하신다. 이거 왠지 시작부터 불안하다. 아직 저녁도 먹지 못한 상황인데, 이래서는 큰일 날 것만 같다.

“건배”

 

그렇게 내 눈에는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폭탄주를 받아 들고 건배를 한다. 일단 마셔야 할 것만 같다. 첫 번째 잔을 마시자마자 바로 속에서 반응이 온다. 아무래도 빈속에서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터라, 이 정도 술을 마시면 충분히 티가 날 줄 알았건만.


아뿔싸, 같이 온 팀원분들의 얼굴을 살펴보니, 붉지 않은 사람이 하나 없다. 이것 참, 이제는 티도 나지 않는 상황이니 계속 술을 마셔야 할 것만 같다.

 

그렇게 빈속에 술잔은 돌고 돌고,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정신줄을 놓지 말자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 다른 분들이 하는 이야기는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도 않고 야속한 시간만 빨리 가기를 바랄 뿐이다.

 

“2시간~ 3시간쯤 지났을까?”

 

그래도 야속하기만 했던 시간은 흘러 흘러, 회식 자리를 옮길 때가 되었다. 혹시나 실수하거나 할까 봐 긴장의 연속이었던 상황에서 드디어 해방이 되는 상황이다. 내일은 노동절 휴일이니 집에 가서 기절을 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렇게 잊지 못할 첫 번째 회식자리는 끝이 났다.



"술에 강해지는 약은 없을까?"


겨우겨우 살아서 집에 돌아와서 내가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바로 “술에 강해지는 약”이었다. 앞으로 회사 생활을 하려면 술을 먹을 일이 많아질 터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빈속에 당할 수만은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돈을 좀 투자하더라도 술에 조금 더 친해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술자리에 좋다는 RU-21


"알코올 흡수를 막아준다는 마법의 약 RU-21, 그리고 효능은?"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RU-21이라는 약이 보인다. 약국에서 살 수 있다는데 다음 회식을 대비해서 다음 날 당장 구입을 완료했다. RU-21은 미국에서 유명한 비타민제인데 알코올 분해에 큰 능력을 보여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술이 잘 취하지 않는 약으로 알려져 있단다.


동네 약국에서 구매를 해보니, 가격은 5000원에 총 6알, 술을 마시기 전 2알, 마시는 중 2알, 마시고 난 후 2알씩 섭취를 하면 숙취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게 첫 번째 회식에서 크게 당한 후, 다음 회식이 있기 전 타이밍을 맞춰 약을 먹고 술자리를 가졌던 적이 있다. 그 날 역시도 강력한 술 공격 앞에 위태위태한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약을 먹지 않았을 때보다는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도 버텨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려 양주를 받아 마시고, 그 이후에 곧바로 소주도 연거푸 들이켜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무사히 회식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언제든지 술자리에서 봉변을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챙겨두고 다니자!"


아무튼 RU-21, 그 이후로 술자리만 있으면 항상 챙기고 다니는 약이다. 아니, 평소에도 기습공격에 대비하는 용도로 2알씩은 항상 들고 다니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이 약조차 없으면 내 몸은 알코올의 공격 앞에 쉽게 무너질 것이니 말이다.


소인배

Since 2008 e-mail : theuranu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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