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삭스의 저주, 야구가 가장 슬펐던 그해

19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막강한 팀이었다

1919년,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을 막 마친 뒤였고,
야구는 다시 한 번 대중의 열광을 끌어모으는 스포츠로 부활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 중심엔 시카고 화이트삭스(Chicago White Sox)라는 강팀이 있었지.

화이트삭스는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의 전력을 갖춘 팀이었고,
투수진부터 타선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 1순위였어.
특히 ‘슈리슬리스 조 잭슨(Shoeless Joe Jackson)’ 같은 전설적인 선수도 있었고,
당시 리그 최고 타율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지.

하지만 이 막강한 팀의 내면에는
갈등과 불만, 돈에 대한 분노가 쌓여 있었어.

 

갈등의 씨앗: 선수들과 구단주의 불신

당시 구단주는 찰스 코미스키(Charles Comiskey)였어.
그는 구두쇠로 악명 높은 인물이었고,
선수들에게 형편없는 연봉과 대우를 제공했지.

• 경기에서 30승을 올려야 보너스를 주겠다고 해놓고,
  29승에서 일부러 로테이션을 바꾸어 등판을 막기도 했고,
• 선수들에게 유니폼 세탁비까지 요구하면서,
  ‘더럽고 낡은 양말(Soiled Sox)’이란 조롱까지 받았지.

결국 일부 선수들은 이런 대우에 분노했고,
어느 순간 그 불만은 “우리는 이길 자격도, 충성할 이유도 없다”는 마음으로 변하게 돼.

그리고 벌어진 ‘승부조작 스캔들’

1919년 월드시리즈.
화이트삭스는 신시내티 레즈와 맞붙게 돼.
전문가들은 대부분 화이트삭스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경기 내용은 어딘가 이상했어.

• 명투수였던 에디 시콧(Ed Cicotte)이 평소와 다르게 제구를 흘리고,
• 내야수들이 어이없는 실책을 남발하며,
• 경기 흐름은 번번이 상대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지.

결국 화이트삭스는 시리즈에서 3승 5패로 패배했고,
경기 후, 팬들과 기자들 사이에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선수들이 돈을 받고 일부러 져준 것 같다…”

 

그리고 소문은 사실로 드러나게 돼.

 

8명의 선수, ‘저주받은 이름들’

조사 결과, 팀 내 8명의 선수가
도박사들과 사전 접촉을 하고, 일부러 경기를 조작한 혐의를 받게 돼.
이들은 도박사들에게서 총 10만 달러를 받기로 약속했고,
그 조건은 바로 “월드시리즈를 지는 것”이었지.

이 8명의 선수들, 즉 “블랙삭스 8(BLACK SOX EIGHT)”는
이후 법정에 서게 되고,
1919년을 시작으로 이 사건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되게 돼.

재판에서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받지만,
새로 임명된 커미셔너, 켄소 랜디스(Judge Kenesaw Mountain Landis)는
“야구의 명예와 신뢰를 위해”라는 이유로
8명 전원에게 영구 제명 조치를 내려.

그중 가장 논란이 되었던 인물이
바로 조 잭슨(Shoeless Joe Jackson)이었지.
그는 시리즈 내내 팀 내 최고 타율을 기록했지만,
그 역시 조작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명예의 전당 입성은 물론, 야구계로부터 영원히 퇴출당하게 돼.

저주는 시작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조작 스캔들을 넘어서,
화이트삭스라는 팀 전체에 오랜 저주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돼.

화이트삭스는 이후 수십 년간
큰 성과 없이 침체기를 반복했고,
팬들은 이 사건을 ‘블랙삭스의 저주’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 1959년, 무려 40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 실패
• 1983년, 1993년, 포스트시즌 탈락
• 그리고 2005년에 이르기까지, 월드시리즈 우승 없이 86년의 시간이 흘렀지

그리고 2005년, 마침내 끝난 침묵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드디어
오랜 기다림을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게 돼.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4전 전승,
완벽한 경기력으로 1917년 이후 88년 만의 우승을 거머쥐며,
드디어 그 길고도 무거운 저주의 그림자를 벗어낸 셈이야.

물론 블랙삭스 스캔들의 역사적 상처는 아직도 남아 있어.
특히 조 잭슨 같은 인물은
여전히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한 채,
야구 팬들 사이에서 “그는 진짜 죄인이었을까?”라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

---

야구가 지켜야 할 건, 단지 승패가 아니다

블랙삭스 사건은
야구가 단지 기록과 성적만으로 이루어지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
선수와 팬 사이의 믿음, 팀과 도시 사이의 자부심,
그 모든 게 함께 움직여야 진짜 야구가 되는 거야.

그리고 그 믿음이 무너졌을 때,
저주는 단지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실 속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말이지.

참고자료

미국 메이저리그: 블랙삭스의 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