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6 "게임아이 스타크래프트 대회"

타산지석 6 "게임아이 스타크래프트 대회"


타산지석 6 "게임아이 스타크래프트 대회"


2000년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 찾아왔다. 게임아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사설 배틀넷 서버로 블리자드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개인이 운영을 하는 서버 중의 하나였는데, 개인이 운영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꽤 체계적인 랭킹 시스템을 갖추며 많은 고수들이 활동을 하던 서버 중의 하나였다. 이 서버에는 임요환 등의 유명한 프로게이머들도 활동을 했고, 그리고 또한 아마추어 고수들의 프로게이머 등용문이 되어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서버에서는 온게임넷과 제휴를 맺어 "주장원전"이라는 대회를 매주 개최하였는데, 지금으로 치면 커리지매치 정도 되는 대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주장원전 본선 경기는 온게임넷에서 중계를 하는 대회였으니, 본선에 올라서 눈에 띄게 되면 프로게이머로 데뷔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윤열, 홍진호 등의 선수들도 이 대회를 거치며 눈에 띄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나도 게임아이라는 서버를 알게 된 후부터는 게임아이 서버에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최고 성적 1650점 이상으로 100위권 안에 진입을 했다. 그러다 보니 주장원전 대회도 한번 신청을 해서 나가보게 되었다. 어차피 딱히 돈이 드는 대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번 재미 삼아 신청을 해본 것이다.



"게임아이에서 주최한 주장원전 대회"


이 주장원전 대회의 온라인 예선은 토너먼트로 이루어졌는데, 총 6번의 상대를 이기면 되는 것이었다. 온라인 예선은 총 2차례에 걸쳐서 치러졌는데 하루에 3명씩 상대를 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대회가 시작이 되었고, 온라인 예선 첫 째날 3전 전승으로 둘째 날까지 경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날은 상위 토너먼트로 올라감에 따라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났는데, 힘겹게 힘겹게 한 경기 한 경기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마지막 단 한 명의 상대를 남겨두고, 최후의 접전을 치렀는데, 내 본진은 다 부서지고 상대는 자원을 채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맵은 로스트템플, 상대는 저그였고, 나는 테란이었는데, 내가 가진 전병력은 머린과 메딕 18기, 그리고 베슬 1기가 전부, 상대는 수비 병력만 조금 남은 상황에서 본진과 섬 확장기지만 남은 상황, 상대방의 앞마당 확장 기지는 내가 공격해서 파괴한 상황이고, 내 본진은 상대 병력에 의해 파괴된 상황이었다.


그렇게 남은 병력으로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가려고 하는 상대를 계속해서 괴롭혀주며 확장 기지를 못 가져가게 괴롭히면서 다른 시작 지점에 새롭게 기지를 건설하며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상대가 확장 기지를 건설하려고 하는 것을 3번 방해를 한 후, 내 병력은 장렬히 전사하였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다른 시작 지점에 내 기지가 건설이 되게 되었고, 상대로 하여금 GG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오프라인 최종예선으로 진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오프라인 예선은 서울에서 치러지는 대회였고, 당시 대구에 살고 있었던 나로서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서울까지 올라온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아이 주장원전, 오프라인 최종 예선"


온라인 예선을 통과할 줄은 사실 몰랐는데, 통과를 하고 나니,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이미 올라가버린 것, 실력자들과 겨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냥 포기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힘겹게, 어머니와 담임선생님에게 말씀을 드렸는데, 오프라인 최종예선이 평일에 치러지기 때문이었다. 당시 겨울방학기간이긴 했지만, 보충수업을 하고 있던 상황이라, 무턱대고 수업에 결석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 기념 대회에서 8강을 차지하며, 상금 20만 원을 받았던 것은, 고스란히 어머니에게 돌아갔었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어머니는 내게 서울로 가서 한번 해보라고 허락을 해주셨던 것 같다.


어머니와 담임 선생님의 허락이 떨어지긴 했지만, 어머니는 내게 무조건 아버지와 같이 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주셨다. 사실 아버지는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셨다. 평소에 아버지와는 대화도 거의 하지 않고 지냈기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는 내내 아버지는 인상이 좋지 않으셨다.


괜히 올라왔다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늘방석이었다. 그리고, 주장원전 최종예선을 통과한 이후, 오프라인 최종예선까지는 2주가 넘는 기간이 있었는데, 그때부터는 돈도 없는 상황이라,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거의 2주간 마우스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올라갔으니… 오히려 마음만 더 불편할 뿐이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웹스테이션"


당시 온게임넷 경기는 삼성동에 있는 메가웹스테이션에서 치러졌다. 지금은 생소한 곳일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 치러졌던 온게임넷 스타리그 등은 모두 그곳에서 치러졌다. TV로만 보던 곳을, 실제로 방문해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잠시 뒤에 여기서 경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니 긴장이 되었다.


조금 일찍 도착한 탓에, 관중석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방송으로만 보던 사람들이 등장했다. 김태형(現 온게임넷 스타리그 해설위원), 홍진호(前 프로게이머, 저그)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선수는 임정호(前 프로게이머, 저그)였다. 임정호 선수 역시 주장원전 대회에 출전을 한 것처럼 보였는데, 나와는 다른 주차에 출전을 해서 나와 상대를 할 일은 없어 보였다.


조금 더 기다리니 대회 관계자가 나타났고, 대회 진행에 관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날은 총 2주 차 분량의 대회가 치러졌는데, 내가 속한 주차의 오프라인 예선 최종진출자는 총 7명이었다. 본선까지는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애매하게도 7명이다 보니 1명은 부전승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내심 내가 부전승이 걸리면 했지만, 야속하게도 추첨은 나를 빗나갔다. 4강 한축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단 한 번의 실수면 운명이 갈린다.


"본선으로 향하는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


예선 마지막 경기가 시작이 되었다. 맵은 로스트템플, 나는 테란, 상대는 저그였다. 이 시기 내가 저그를 상대로 사용하는 전략은 SK테란이라는 전략이었는데, 이 전략은 머린과 메딕의 기동력을 앞세우며 사이언스 베슬의 특수기술로 상대를 공략하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이 전략 역시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단점은 바로 러커 위주의 병력을 활용한 드롭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이었다.


초반은 무난하게 진행이 되었고, 머린과 메딕 총합 18기를 상대방의 앞마당 확장 기지 앞에 집결시켰다. 상대방의 방어타워는 총 4개뿐인 상황이라 공격을 들어가면 충분히 이기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주간 연습을 하지 못한 탓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기도 했고 여기에서 실수를 해서 막히게 되면 불리해진다는 생각에 차마 공격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나는 그 타이밍을 살리지 못했고 상대방의 드롭 공격에 큰 피해를 보며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다.


소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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