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7 "선택과 집중"

타산지석 7 "선택과 집중"


타산지석 7 "선택과 집중"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2학년이 되고 나니, 1학년에 비해서 확실히 많이 빡빡해졌다. 야간 자율학습도 1학년 때는 정말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운영이 되었으나, 2학년부터는 자율이 아닌 타율로 운영되었다. 즉,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무조건 밤 10시까지 남아서 자율학습을 하다가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마도 내가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게 된 시기는 바로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2학년에 올라가면서 자연계열을 선택했던 관계로, 수학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었는데, 사실 난 수학에 너무 취약했다. 중학교 수학도 거의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으나,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게 되는 공통수학, 그리고 2학년 때 배우는 수학 1, 2는 거의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기초를 전혀 모르다 보니, 그 심화 수준의 과목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과목도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는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는 과목들 중, 어느 한 과목도 제대로 해결이 된 과목이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사면초가'였던 상황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1학년 때  남들보다 정말 조금 더 공부를 하긴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막막하고 답답한 상황만이 지속이 될 뿐이었다.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전혀 감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렇게 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해준 사람도 없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열심히"하는 것뿐이었는데, 단순히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고, 자율학습 시간에 복습을 하고 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혼자서 해결이 안 되는 건, 반에서 가장 공부를 가장 잘 하는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였는데,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이, 과감히라는 표현은 좀 이상하지만, 그저 포기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단순히, 막연히,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 시기에는 속칭 0교시라는 것이 있었는데, 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아침에 수업이 더 있었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저녁까지 수업, 저녁 식사 후, 10시까지 자율학습, 그리고 11시까지 자습을 할 수 있도록 교실을 하나 더 열어주었는데, 거기에서 1시간 정도 더 공부를 했다.


그리고 공부를 마치면 집까지 걸어 다녔는데,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보통 속도로 걸으면 1시간 10분에서 30분 정도까지 걸릴 수 있는 거리였는데, 12시 이전에 집에 도착을 해야 다음 날 일과에 지장이 없다는 생각으로 빠른 속도로 걸으면 최단시간으로 50분 정도 안에 주파를 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때는, 이 50분이라는 시간이 굉장히 아깝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을 해보면, 이렇게 걸어 다니지 않았다면, 딱히 운동으로 체력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마도 고3 수학능력시험을 칠 때까지 체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간에 쓰러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택과 집중"


*열심-히 [熱心-히]

[부사]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열심히"라는 것, 정말 간단한 말이지만 쉽지 않은 말이다. 개념화되어 정립된 단어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에 관해서는 잘 알기가 어려운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서 단기간에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잘하게 되었는지 한번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잘하게 된 이유… 한번 생각을 해보니, 간단하게는 이렇게 정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택과 집중"


많이 들어온 말이다. 하지만 이 때는 이것을 공부에 적용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나의 무지함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게임에 관해서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계획을 바꾸었다. 평일에는 절대로 게임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대신 주말에는 수업과 자율학습을 마치고 나면, 정말 마음 놓고 게임을 했다. 사실 다시 생각해보면, 주말에도 게임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긴 했지만, 이 때는 이 정도로 나 자신과 타협을 하는 것도 엄청난 일이었다.


게임아이라는 사설 배틀넷 서버에서는 당대 유명한 프로게이머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었다.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내 실력도 그들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용한 시간이 주말밖에 없었던 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는데, 아무래도 매일 연습을 하는 사람과 상대를 해야 한다고 하면,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연습을 한다면 내가 불리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다.


내가 내린 결단은, 다양한 여러 전략을 구사하기보다는 단 한 가지 전략에만 특화시키는 것이었는데, 각 종족별 상대 전략을 단 1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려버렸다. 어차피 연습되지 않는 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모든 맵에서 연습을 할 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가지 맵만 선택을 해서 연습을 했다. 그것이 내가 주말에만 게임을 하면서도 상위 랭킹에 머무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이런 식으로 하면서도 60위 안에 드는 랭킹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공부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것을 다 할 수가 없는 시간이라면, 제한적이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 중요할 것이다. 물론, 시간이 많고 여유가 있다면 그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겠지만… 부족하다면 상대적으로 조절을 하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 경우는 고등학교 학교 수업도 제대로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것에 우선 집중을 하게 되었고, 나머지는 공부할 엄두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진 것이다.


소인배

Since 2008 e-mail : theuranu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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