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스페인전"
“넣으면 경기는 끝납니다!”
“홍명바~~ 슛!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아~ 이거~~ 사각~사각사각 사각~ 와~ 하하하하하하 와~ 하하~하하하~ 이야 세상에 와~하하하 야~ 하하하하하”
“네~ 세상에 이럴 수가 우와~ 으하하하 우와아 예 야하하하!”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강호 이탈리아를 상대로 연장 혈투 끝에 극적인 안정환 선수의 극적인 역전골로 기사회생해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대한민국, 8강전에서는 강호 스페인을 만나 이번에도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다.
0-0의 팽팽한 승부가 계속되는 상황, 전후반 90분, 연장 전후반 30분, 도합 120분의 시간 동안 승부를 가르지 못한 두 나라는 마지막 승부차기에 돌입하게 된다. 팽팽한 승부차기 상황, 승부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키커, 홍명보 선수의 발끝에 달려있다.
“추억의 2002년 월드컵 스페인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첫 번째 월드컵, 당연히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열기는 엄청났다. 하지만 난 시대를 조금 잘못 타고난 탓에, 거의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웃고 즐길 시기, 조금은 씁쓸하게 즐길 수밖에 없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난 고등학교 3학년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니, 내가 은근 나이가 많이 든 것 같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벌써 약 11년 전의 이야기니 말이다.
고등학교 3학년, 바쁜 수능시험을 준비하느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월드컵 응원 열기에서 벗어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거의 대부분의 경기는 보지 못했지만, 16강 본선 경기부터는 한 경기 한 경기, 거리 응원을 펼치며 시청을 했던 기억이 난다. 대구의 국채보상 공원에 모여서 잘 보이지도 않는 스크린으로 경기를 보면서 흥분했던 기억들, 홍명바가 골을 넣는 순간 나 역시도 불끈하며,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우리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같이 경기를 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 모두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뛰어다녔으니, 그 상황에서는 혼자서 그렇게 흥분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기억한다. 당시, 거리에 달리는 차들은 “빰빰 빰 빰빰”하는 경적을 울리기도 했었으니… 거리가 온통 축제의 도가니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그런 상황이었으니, 그 경기를 중계했던 해설자는 어떤 심정이었겠는가, 하라는 해설은 하지 않고, “사각사각”을 외치는 저 기분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때는 거의 전 국민이 흥분해있는 상황이었으니...
▲ 누리꾼이 편집해서 만들어낸 홍명바 아이스크림 이미지
△ 승부차기 장면 하이라이트
“2002년 월드컵의 대한민국을 보면 슬램덩크의 북산이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상당히 좋아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였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사람들도 좋아했던 만화니, 아마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법한 그런 만화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우리나라 국가대표는 마치 전국대회에 출전한 북산고등학교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약체라고 평가받으면서 다른 팀들에게 무시받는 그들이었지만, 강호 2라운드에서 강호 산왕 공고를 상대로 멋진 역전승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다음 라운드에서 거짓말같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지학고등학교를 상대로 패해버리는 북산고등학교의 모습, 왠지 2002년의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과 닮았다.
8강 스페인과의 일전에 온 힘을 쏟아낸 그들은 4강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거짓말 같은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혹시, 설마?”하면서 지켜봤던 2002년 월드컵 4강전, 독일과의 경기, 아쉽지만 결승 진출에는 실패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그때까지 누가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싶다. 항상 우리나라의 목표는 32강 조별리그 생존이 목표였는데, 단번에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가 버렸으니…
당시, 우리나라 대표팀을 이끌던 히딩크 감독은 원래도 명장이었지만, 그 사건 이후로 엄청난 명장 반열에 오르게 되었고, 월드컵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던 박지성 선수는 이후,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벤을 거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입성, 이제는 곧 결혼식을 앞두고 있단다. 2002년을 활활 불태운 태극전사들이 슬슬 은퇴하는 모습을 보니 세월이 무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 시기,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선 홍명보 선수는 이제 더 이상 선수가 아니라 감독으로 제2의 인생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물론, 감독직을 맡은 지 상당히 오래되긴 했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추억의 홍명바” 영상을 보고, 이런저런 추억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하루다. 추억의 홍명바, 찬호박 아이스크림처럼 그때 정말로 출시되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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