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전의 사랑 "언어의 정원"

사랑 이전의 사랑 "언어의 정원"


사랑 이전의 사랑 "언어의 정원"


2016년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을 개봉하면서, 대작 작가의 반열에 오른 감독이 있습니다. 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인데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인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만 무려 1,500만 명의 관객이 동원되면서 엄청난 기록을 세웠습니다. 급기야는 너의 이름은 신드롬을 일으키긱도 했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에 개봉되었는데요. 뒤늦게 개봉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다른 작품, 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 직전에 내놓은 작품이 있습니다. 그 작품이 바로 "언어의 정원"이지요. 언어의 정원은 2013년 5월 31일에 일본에서 개봉이 되었는데요. 애니메이션 고베 작품상 "극장 부문"에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언어의 정원, 그 이야기에 관하여..."


언어의 정원의 배경은 장마가 오는 시즌입니다. 약 6월 즈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요. 구두 장인을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 1학년생인 타카오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배가 오는 날에는 지하철을 타고 싶지 않다."라는 핑계를 대면서 학교 오전 수업을 빼먹고 신주쿠의 어느 공원에서 구두를 스케치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정자에 앉아서 혼자서 아침부터 초콜릿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고 있는 수수께끼의 여성인 유키노를 만나게 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들은 점점 서로에게 마음이 통하게 되지요.


그들이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 무렵, 장마가 끝나게 됩니다. 더 이상 정원을 찾을 핑계가 없게 되면서, 이야기는 막바지로 흘러갑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언어의 정원에서 담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언어의 정원이라는 작품에서 담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일까 하는 부분은 작품을 보면서도 어느 정도 전달이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서로 어느 정도의 상처를 입은 현대인들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면서 힘을 주고 치유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 매개체로 "비"를 사용했고, 비가 오는 날이면 마치 약속한 듯이 두 사람이 특정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그런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지요. 여러 가지 조건을 넘어서서 순수한 "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고도 하지요.


이 세계에는 문자보다도 맨 먼저, 당연하지만, 구어가 있었습니다. 문자를 가지지 못했던 시대의 일본어는「야마토코토바(大和言葉)」라고 불려, 만엽 시대에 일본인은 중국에서 들여온 한자를 자신들의 말인 야마토 언어의 발음에 차례대로 맞추어 나갔습니다. 예를 들면, 「春(はる)」은 「波流(はる)」라고 쓰고, 「菫(すみれ)」은 「須美礼(すみれ)」라고 썼습니다. 그 표기에는 현재의 「春」와 「菫」라는 문자로 고정되기 전인 살아있는 회화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정경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恋(こい)」는 「孤悲(こひ)」라고 썼습니다. 고독하고 슬프다는 의미입니다. 8세기의 만엽인들, 우리들의 먼 선조들이 사랑이라고 하는 현상에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연애(恋愛)」는 근대가 되어 서양에서 유입된 개념이라고 하는 건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옛날의 일본에는 '연애(恋愛)'가 아니라 '사랑(恋)'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본작 「언어의 정원」의 무대는 현대지만, 그려내는 것은 그러한 사랑(恋)과 사랑(愛)에 이르기 이전의, 고독하게 누군가를 희구할 수밖에 없는 감정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와의 사랑(愛)도 유대도 약속도 없이, 먼 곳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개인을 그려내고 싶습니다. 현시점에선 그 이상은 전달할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랑(孤悲)」을 끌어안고 있거나 끌어안았던 사람을 북돋워줄 수 있는 게 가능한 작품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언어의 정원 예고편


"언어의 정원, 작품 초반 유키노가 읊었던 단가"


작품 초반, 유키노와 타카오가 처음으로 정원에서 만났을 때, 유키노는 "우리가 만났을지도 모른다."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하면서 수수께끼의 단가를 읊으면서 자리를 떠납니다.


이 단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요슈"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각각, 제11권 2513번과 2514번에 해당하는 시라고 하는데요. 두 번째 시는 첫 번째 시에 대한 답가라고 하지요. 사실, 이 부분에서부터 어느 정도 작품의 스포일러가 되기도 한답니다. 그 단가는 아래와 같습니다.


雷神 小動 刺雲 雨零耶 君将留 (만요가나)

鳴る神の 少し響とよみて さし曇り 雨も降らぬか きみを留めむ (한자+히라가나)

なるかみの / すこしとよみて / さしくもり / あめもふあんか / きみをとどめ (히라가나)

천둥소리를 / 멀리서 들려주며 / 몰려오는 비구름아 / 비라도 내려주렴 / 그대가 여기에 더 머무르도록(한국어)


雷神 小動 雖不零 吾将留 妹留者 (만요가나)

鳴る神の 少し響とよみて 降らずとも 吾は留まらむ 妹し留めば (한자+히라가나)

なるかみの / すこしとよみて / ふらずとも / われはとまらん / いもしとどめば (히라가나)  

천둥소리를 / 멀리서 들려주며 / 비구름 몰려오지 않아도 / 나는 머물겠소 / 그대가 여기에 더 머무른다면 (한국어)


△ 언어의 정원 OST "RAIN"


"작품에서 등장하는 정원, 신주쿠 교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애니메이션 작품이긴 하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듯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보이기도 하는 것인데요. 여담이지만, 특히 이 작품에서는 비가 내리는 풍경의 연출이나, 빛이 들어오는 장면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언어의 정원에서 실제 배경이 되는 공원은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신주쿠 교엔"이라고 하는데요. 애니메이션에서 유키노 선생님은 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음주는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배경이 된 정원은 "흡연장"이라고 하지요.





"너의 이름은 에서도 잠깐 등장하는 유키노 선생님"


언어의 정원 작품 후반부에서 유키노 선생님은 도쿄를 떠나 집이 있는 "시코쿠"로 돌아가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엔딩 부분에서는 다시 교단에서 수업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스터 애그와 같은 개념이긴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이후에 만들어낸 작품인 "너의 이름은"에서도 잠깐 등장하기도 합니다.


너의 이름은 작품의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미츠하"가 살고 있던 "이토모리 마을"의 선생님으로 등장하지요. 언어의 정원이라는 작품에서 드러나는 어두운 이미자와는 달리 완전히 밝아진 이미지로 등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그 속마음은 알 수 없겠지만요.


여기까지, 비가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언어의 정원"


제작연도 : 2013년

장르 : 애니메이션, 영화

상영시간 : 46분

감독 : 신카이 마코토

특징 : 신주쿠 교엔, 사랑 이전의 사랑, 비, 정원, 공원


소인배

Since 2008 e-mail : theuranu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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