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려는 인간의 본능과 그 그림자
역사는 수많은 정책과 제도,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의도치 않은 결과들로 가득하다. 어떤 제도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심 어린 의도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심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이런 현상은 인간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그 가운데 특히 흥미로운 이름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코브라 효과’라는 것이다.
이 용어는 단순한 일화를 넘어서, 현대 사회에서 인센티브 설계의 중요성과 그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코브라 효과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조치나 정책이 오히려 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행동이 되려 그 문제의 불씨를 더 키워버리는,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우리가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한 보상 시스템이나 강제 규율만으로 사회 문제를 통제하려 할 때 자주 발생한다.
뱀을 잡기 위한 보상, 되레 뱀을 키우다
코브라 효과라는 명칭이 붙게 된 데에는 실제 있었던 한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영국의 식민지 시절 인도 델리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그 당시 델리에서는 독성이 강한 뱀, 즉 코브라들이 도시 곳곳에 서식하면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불안은 커졌고,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 영국 식민지 정부는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강구하게 된다.
당시 정부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보이는 정책을 발표한다. 코브라 한 마리를 죽여 정부에 가져오면, 일정 금액의 현금을 보상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처음 이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는 그럴듯한 성과가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코브라를 사냥하여 보상을 받았고, 그로 인해 야생의 코브라 개체 수는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듯 보였다. 정부는 정책의 효과에 만족했고, 문제 해결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이 제도의 맹점을 발견하고, 이 보상 제도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코브라를 직접 사육하여 번식시킨 뒤, 그것을 다시 죽여 정부에 넘기는 방식이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코브라를 사냥하는 것보다, 인위적으로 번식시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훨씬 더 ‘수익성 있는 사업’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뒤늦게 정책을 철회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더욱 비극적인 결과가 발생한다. 이제 더 이상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 사람들은, 그동안 사육하던 코브라들을 모두 풀어버리는 결정을 내린다. 그들은 뱀을 계속해서 기를 이유도, 죽일 동기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야생의 코브라는 오히려 정책 시행 이전보다 더 늘어나버렸다. 문제를 해결하려던 정책이 도리어 문제를 키운 셈이었다.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인간 본성에 대한 무지
이렇듯 코브라 효과는 단지 하나의 정책 실패 사례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사회가 가진 복잡성과, 인센티브 구조가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 교훈이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의 사회, 정치, 경제,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예컨대,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종량제 봉투 가격을 대폭 인상한 어떤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봉투를 아끼기 위해 불법 투기를 하기 시작했다. 도시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지며 환경은 오히려 더 나빠졌고, 행정 비용은 증가했으며, 시민과의 갈등은 심화되었다. 정부는 원래 쓰레기를 줄이고 도시를 청결하게 하려는 의도로 정책을 시행했지만, 사람들은 그 목적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기준으로 행동했다.
또 다른 예는 교육 현장에서 나타난다. 학교의 평균 성적에 따라 예산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이 도입된 지역에서는, 학교 측이 낮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시험에 아예 참여시키지 않거나, 조기 퇴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평균을 높이려 하기도 했다. 이는 단기적인 숫자 지표는 개선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학생 복지나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렇듯 코브라 효과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인간 심리와 시스템 설계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 현상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제도 설계자의 세 가지 자각
첫째, 정책이나 제도는 그 의도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인간은 목적보다는 수단에 반응한다. 즉, ‘정책이 기대하는 행동’이 아니라, ‘정책이 보상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인센티브는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그 설계에는 끊임없는 관찰과 수정이 따라야 한다. 제도를 설계할 때는 단기적인 유도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결과와 부작용까지 고려하는 예측력이 필요하다. 또한 시행 후에는 반드시 피드백을 통해 그 효과를 검증하고, 예상치 못한 행동이 나타날 경우 이를 신속하게 보완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셋째, 인간의 창의력은 제도나 규율의 틈새를 찾아내는 데 있어서도 매우 뛰어나다. 그러므로 정책 설계자는 항상 인간 행동의 ‘예상치 못한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숫자나 통계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도덕적 해이’나 ‘편법’이 오히려 정책의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
선한 의도는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언제나 선한 의도와 바람직한 결과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은 단순한 법이나 제도가 아닌,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역시 되새겨야 한다.
코브라 효과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고 만든 시스템은, 정말로 사람들을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는가?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그 문제를 더 크게 만들고 있는가? 이 질문에 겸허하게 답할 수 있어야, 우리는 코브라가 다시 우리 곁을 어슬렁거리기 전에, 그것이 자라는 조건부터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란?
1. 개념 정의 코브라 효과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나 보상 제도가 오히려 그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전략,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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