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노의 저주, 86년을 막아선 한 거래의 대가

‘밤비노’는 누구인가

먼저, 저주가 시작되기 전의 주인공부터 알아봐야겠지.
‘밤비노(Bambino)’는 바로 전설적인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별명이야.
그는 191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까지 야구계의 절대적인 스타였고,
그의 등장으로 야구는 전혀 다른 시대에 접어들게 되지.

• 당시 선수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홈런 파워,
• 엄청난 팬 인기,
• 그리고 야구를 미국의 국민 스포츠로 만든 결정적인 인물이었지.

그런데 이 위대한 선수는 처음부터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게 아니야.
그의 커리어 시작은 보스턴 레드삭스(Boston Red Sox)였고,
실제로 1915년부터 1918년까지 보스턴을 3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어.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뀐 1919년

1919년, 보스턴 구단주는 해리 프레이지(Harry Frazee)라는 인물이었어.
그는 구단주이자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였고,
야구보단 연극 제작에 더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었지.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던 프레이지는
자신의 뮤지컬 "No, No, Nanette"를 제작하기 위해,
팀의 에이스이자 슈퍼스타였던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팔아넘기게 돼.

그 거래 금액은 약 12만 5천 달러.
지금 보면 어처구니없는 금액이지.
이 사건이 바로 밤비노의 저주가 시작된 순간이야.

저주가 시작되다

베이브 루스가 양키스에 간 뒤,
양키스는 곧 야구계의 왕조로 군림하게 돼.
1920년대를 시작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곡차곡 쌓아갔고,
결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가진 팀이 되었지.

반면, 루스를 떠나보낸 보스턴 레드삭스는 긴 침묵 속으로 들어가.
1918년 우승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포스트시즌 성과조차 내지 못한 채,
수십 년을 지지부진한 팀으로 전락하게 돼.

이 극적인 반전은 곧 ‘밤비노의 저주’로 불리기 시작했어.
팬들 사이에선 “베이브 루스를 팔아넘긴 벌을 보스턴이 받고 있다”는 말이 돌았고,
그 말은 점점 믿음으로 굳어졌지.

어이없는 패배들이 저주를 키우다

이 저주는 단순히 우승을 못 하는 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순간에 무너지는 패턴으로 반복되었어.

• 1946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패배
• 1975년: 전설적인 시리즈 끝에 신시내티 레즈에 역전패
• 1986년: 뉴욕 메츠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
  2아웃만 잡으면 이기는 상황에서 1루수 빌 버크너(Bill Buckner)의 치명적인 실책으로 역전패
• 2003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에서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게 연장 끝 역전패

이 모든 패배는,
“이번엔 되겠지” → “아니야, 또다시…”
라는 고통의 반복이었고,
보스턴 팬들은 해가 갈수록 더 절박해졌어.

저주를 풀기 위한 기묘한 시도들

밤비노의 저주를 풀기 위해 팬들과 구단은 온갖 노력을 기울였어.

• 루스의 묘지를 찾아가 사과하거나,
• 양키스타디움 앞에서 염소를 몰고 가기도 하고,
• 유니폼을 태우거나, 루스의 사진을 뒤집어 매장하는 등
  미신에 가까운 의식들이 이어졌지.

하지만 저주는 쉽게 풀리지 않았고,
그 기다림은 무려 86년 동안 이어졌어.

 

2004년, 기적이 일어나다

그리고 마침내,
2004년.
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반전이 시작돼.

보스턴은 그 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에서
양키스에게 0승 3패로 밀린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이게 돼.

단 한 경기만 더 지면 끝.
그런데 그때부터 믿기 힘든 4연승을 해내고,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3연패 후 4연승으로 시리즈를 뒤집은 팀이 되었어.

그리고 이어진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전 전승으로 꺾고,
1918년 이후 무려 8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게 돼.

그 순간, 팬들은 울었고,
보스턴 전역은 말 그대로 폭발했어.
“저주는 끝났다!”
밤비노의 이름은 마침내,
저주가 아닌 과거의 일화로 남게 되었지.

---

저주는 사라졌지만, 이야기들은 살아 있다

밤비노의 저주는 야구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전설이야.
그건 단지 베이브 루스라는 선수를 팔았기 때문이 아니라,
팬들이 느낀 고통, 집착, 그리고 기다림의 세월 속에서 자라난 이야기였어.

그리고 이 저주는,
결국 야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는 이야기이기도 해.
믿음과 희망, 도시의 정체성, 세대를 이어 이어지는 사랑,
그 모든 감정이 저주라는 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거야.

참고자료

미국 메이저리그: 밤비노의 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