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화폐: 파운드와 펜스, 숫자보다 오래된 이야기

영국 화폐: 파운드와 펜스, 숫자보다 오래된 이야기


파운드 스털링, 그 이름부터 묵직하다

우선 공식 명칭은 파운드 스털링(Pound Sterling)이야.
'스털링(Sterling)'이란 단어는 중세 시대의 순도 높은 은화에서 유래한 말인데,
이는 단순한 돈이 아니라 ‘진짜 가치 있는 화폐’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화폐 기호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 (파운드 기호)인데,
이건 라틴어 libra에서 유래했어.
Libra는 원래 저울 혹은 무게 단위(약 327g)를 의미했고,
고대 로마에서 은의 무게를 기준으로 삼던 명칭이었지.
즉, 파운드란 원래 ‘무게’의 개념에서 출발한 단위였던 셈이야.

 

파운드와 펜스, 이 둘의 관계

영국의 통화 체계는
크게 파운드(£)펜스(p),
이 두 단위로 구성돼 있어.

1파운드는 100펜스(pence)야.
쉽게 말하면, 우리가 아는 원과 원의 100분의 1인 ‘전’ 같은 개념이지.

예를 들어:

  • 1파운드는 100펜스
  • 2.50파운드는 2파운드 50펜스
  • 99펜스는 0.99파운드

근데 예전엔 이게 훨씬 복잡했었어.

예전의 12진법: £sd 시스템

1971년까지 영국은 12진법 통화 시스템을 썼어.
정말 복잡했지.

  • 1파운드 = 20실링(shillings)
  • 1실링 = 12펜스(pence)
    즉, 1파운드 = 240펜스였어.

그래서 물건 값을 계산할 땐
"2실링 6펜스", "1파운드 4실링 9펜스"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했지.

이걸 ‘£sd’ 시스템이라고 불렀어.

  • £는 librae (파운드)
  • s는 solidi (실링)
  • d는 denarii (펜스)
    모두 고대 로마 화폐 단위에서 유래한 명칭이야.

이런 복잡한 체계는 결국
1971년에 현대적인 10진법(Decimalization)으로 개편되면서
지금처럼 1파운드 = 100펜스의 단순한 구조가 되었지.

 

동전과 지폐, 그리고 여왕과 왕의 얼굴

영국 화폐를 보면 항상 한쪽 면에
국왕 혹은 여왕의 초상화가 있어.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현재 유통되고 있는 신권과 동전에는
찰스 3세(King Charles III)의 얼굴이 등장하고 있어.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왕과 여왕의 초상화가 항상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
이건 17세기 이후로 내려오는 전통인데,
왕이 바뀔 때마다 초상화의 방향을 반대로 그린다는 규칙이 있어.
즉, 엘리자베스 2세는 오른쪽을 보고 있었고,
찰스 3세는 왼쪽을 바라보는 식이지.

또한 지폐의 뒷면에는
영국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들—과학자, 예술가, 정치가 등이 등장해.
예를 들어:

  • 10파운드 지폐에는 제인 오스틴
  • 20파운드 지폐에는 J.M.W. 터너
  • 50파운드 지폐에는 앨런 튜링

그 자체로 작은 박물관 같은 느낌이 들지.

파운드의 국제적 지위

파운드는 오늘날에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 중 하나이자,
가장 강한 통화 중 하나로 여겨져.
전 세계 환전소나 금융시장에서도
USD(달러), EUR(유로), JPY(엔)와 함께
국제 통화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지.

또한 영국은 유럽연합에 속해 있었지만 유로화로 전환하지 않았어.
이건 단지 경제적인 선택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자존심의 문제였다고도 할 수 있어.

“우리는 유럽이지만, 유로는 쓰지 않는다.”
라는 태도는 영국이 파운드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지.

파운드를 쓰는 나라들

영국만 파운드를 쓰는 건 아니야.
‘파운드’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나라들이 여럿 있어:

  •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모두 파운드를 쓰지만,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자체적으로 다른 디자인의 지폐를 발행해.
  • 지브롤터, 맨섬, 저지섬, 건지섬 등 영국 해외령
    역시 지역 전용 파운드 화폐를 쓰고 있지만,
    본토 파운드와 거의 동일한 가치로 통용돼.
  • 과거에는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도 파운드를 썼지만
    지금은 각국의 통화로 바뀐 상태야.

결론: 돈 이상의 무게, 파운드

파운드는 단지 돈이 아니라,
무게와 전통, 신뢰와 고집이 뒤섞인 특별한 상징이야.
지금의 1파운드짜리 동전은 손에 쥐면 작고 가볍지만,
그 속에는 로마 제국부터 내려온 역사, 왕조의 얼굴, 섬나라의 자부심이 담겨 있지.

펜스 하나하나가 모이면
단순한 구매력이 아니라
역사의 조각들로 짜인 퍼즐 한 조각이 되지.

참고자료

 

 

파운드와 펜스: 영국의 화폐 단위

영국의 화폐 시스템은 파운드(£)를 기본 단위로 사용하며, 펜스(pence, 약어: p)가 보조 단위로 사용됩니다. 영국의 화폐는 영국 파운드 스털링(GBP) 또는 단순히 파운드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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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

Since 2008 e-mail : theuranu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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