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롯데백화점 공채 上 "인적성검사"
4학년 2학기가 되면서, 마지막 학기가 되다 보니, 여기저기 우선 눈에 보이는 곳부터 원서를 써보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그런 곳들 중의 하나였는데, 롯데백화점의 경우에는 3학년 2학기 때 학교에 취업설명회를 한번 갔던 적이 있어서, 기억에 남았었다.
내가 학교에 오고 난 뒤, 처음으로 간 취업설명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에 오기 전에는 롯데백화점에서 하청일을 조금 하기도 했었다. 오래 한 것은 아니지만, POS 단말기 수리(?)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그런 일을 잠시 했던 적이 있다.
"롯데백화점 면접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잘 썼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운이 좋았던 것인지, 인사담당자의 눈에 띄었던 것인지 2라운드에 진출을 하게 되었다. 취업 시장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던 상황에서 처음으로 받았던 가뭄의 단비 같은 문자였던지라 감동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직 승부가 완전히 결정이 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준비를 잘 해야 한다는 것, 아직 나는 면접 경험이 한 번도 없다는 것, 인적성검사도 한 번도 쳐 본 적이 없다는 것, 여러 가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인적성 검사, 임원 면접, 역량 면접, 토론 면접, 영어 면접을 하루 만에 끝내는 롯데백화점"
롯데의 경우에는 채용 방식이 다른 대기업에 비해서 독특한 편이었다. 하루 만에 인적성 검사 부터해서 4가지 면접(임원 면접, 역량 면접, 토론 면접, 영어 면접)을 모두 하루 만에 끝내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인적성검사의 경우에는 작년 까지만 해도 정말 말 그대로 인적성검사였다고 하는데, 올해부터는 롯데도 삼성의 SSAT와 비슷한 인적성 검사를 치른다고 미리 통보를 받았다.
서류 합격 통지를 받고 이것저것 롯데로부터 이메일을 수신받았는데, 2라운드 면접에 대해서 이것저것 상세하게 적힌 공문을 많이 받아보게 되었다. 난감했던 부분이 바로 "복장"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정장을 입지 말고 비즈니스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서 오라는 것이었다.
차라리 정장을 입고 가는 것이라면 오히려 더 마음이 편했을 것인데, 비즈니스 캐주얼이라,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알기 어려운 것이라 옷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면접을 보러 가기 전날까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때마침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겨울에 입던 코트와 안에는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두 번째의 고민사항은 바로 면접시험 장소에 관한 것이었는데, 영등포에 있는 "롯데 마트"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사실, 영등포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롯데 면접의 경우에는 아침 수준이 아니라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일찍 도착을 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아마도 7:40까지 입실을 완료해야 하는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괜히 아침에 약간 늦게 일어나거나 시간을 잘못 배분해서 허겁지겁 도착하게 되면, 하루 종일 면접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면접이 있기 3일 정도 전쯤에 미리 한번 시간 측정 및 가는 길을 알아두기 위해서 미리 방문도 해두었다.
세 번째 고민사항인 롯데 인적성 시험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급히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방문해서 책을 구입해서, 앞부분부터 풀어보게 되었다. 아직 4학년 2학기, 편입으로 들어와서 마지막 학기까지 많은 학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학교 공부를 병행하면서 시간을 빼서 문제를 풀어보게 되어서 문제집 전체를 다 풀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문계열이라서 그런지 수학과 관련한 문제는 나오는 것 같지가 않았다. 시험에 관한 안내사항으로 보내준 이메일에는 "언어이해", "문제 해결", "자료해석", "언어논리" 이렇게 총 4가지 항목을 각각 30분, 35분, 40분, 40분씩 본다고 안내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복장, 면접 장소, 인적성 시험, 세 가지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10월 10일, 긴장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 롯데백화점 1차 합격 통보 메시지
"2012년 10월 11일, 시험장으로 향하는 아침"
10월 11일 아침, 긴장된 마음으로 새벽에 눈을 떴다. 평소에는 그렇게 일찍 일어나는 편은 아지만, 오늘 같은 경우에는 늦게 일어나면 지각을 할 가능성이 있어서, 본능적으로 눈을 뜰 수 있었다. 하지만 긴장감으로 인해서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서 몸은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다.
나름, 시간 절약을 위해서 잠에 들기 전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에 대해서 준비를 해두고 잔 탓에, 애초에 '이 시간쯤에는 집에서 나가야 한다.'라고 정해 놓은 시간에 집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새벽이라 그런지 공기는 차가웠다. 게다가 전날에 비도 왔기 때문에 날씨가 더 차가운 듯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하고, 5호선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에서 5호선으로 환승을 해서 "영등포시장"역으로 향한다. 다음 지도를 통해서 검색을 해보았을 때는 약 40분쯤 걸리는 것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면접시험을 앞두고, 면접 장소를 한번 물색해 보려고 집에서 한번 왔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실수로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지 못하고 한 정거장을 지나쳐서 다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그런 시간을 다 감안한다고 쳐도 약 1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평일이라서 그런지, 의외로 도착 예정시간보다 더 이른 시각에 목적지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같은 지하철 칸에서는, "비즈니스 캐주얼"로 보이는 복장을 입은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오늘 나와 같이 면접을 치르게 될 사람인 것 같았다. 초록색 재킷을 입고, 백팩을 메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영등포 시장 역에서 나와 같이 내리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오늘 나와 같이 면접을 치르게 될 지원지인 듯해 보였다.
영등포 시장역에서 내려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길을 잘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점점 더 확신으로 변하고 있었다. 말을 걸고 인사라도 나누어서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해볼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그 찰나에 그 사람은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통화를 한다. 하릴없이 지하철 출구로 나와서 천천히 걸어서 오늘의 시험장 "롯데마트"로 향한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니, 지하철에서 봤던 사람이 나를 따라온다. 하지만 여전히 통화 중이라 이야기를 건네기도 뭐한 상황이다. 그렇게 신호등 앞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신호등이 바뀌고 길을 건넌다. 그 사람은 갑자기 걸어가고 있는 나를 앞질러서 뛰어서 "롯데마트" 건물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혹시 저 사람은… 오늘의 감독관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롯데마트 오른쪽에 있는 직원 전용 출입구를 통해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6층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하는 찰나, 사람들이 더 들어온다. OPEN 버튼을 눌러서 같이 타고 올라오게 되었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면접 대기실에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여유 있게 도착은 했으나,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온 탓에 배가 고팠다. 하지만, 롯데 하면 제과업계라서 그런 것인지, 다양한 롯데 제품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비타민 워터"를 비롯해서, 충분한 양의 물도 있었다. 과자 몇 개를 주섬주섬 집어 들고, 앞에 있는 테이블에서 내 이름이 쓰인 "명찰"을 찾아서 왼쪽 가슴에 달고, 어디에 자리를 잡아서 기다리고 있을지 잠시 고민을 한다.
'평소대로 가운데 앞자리에 앉는 거지 뭐…' 그렇게 머릿속에 생각이 스치고 가운데 가장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기다렸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오늘의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약 40분 정도가 남은 것 같았다. 과자를 주섬주섬 집어먹어 허기를 달랜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서, 집에서 챙겨 온 칫솔로 양치도 한다. 그러고 나서 돌아오니, 이제 제법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다들 하나같이 긴장된 모습이다.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아침에 지하철에서 보았던 그 사람이 나타났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나와 같이 면접을 치를 동기가 아니라 이미 이전에 합격한 롯데백화점의 직원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오늘 면접 때문에 지원을 나온 것일 것이다.
그렇게 7시 40분 시간이 되니 문이 닫히고 오늘의 1라운드인 인적성검사부터 시작이 된다. 시험 시작에 앞서서,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을 지각한 한 사람이 닫힌 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했는데, 직원의 제지를 받고 퇴장당하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 그때부터 긴장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전 7시 40분, 인적성 검사 시작"
'이제부터 실전이구나…'
약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4가지 항목의 문제를 풀었다. 각 단계별로 제한시간이 있었는데, 시간은 충분히 있었으나, 문제수를 고려하면, 충분한 편은 아니었다.
"언어 이해"의 경우에는 수능 언어영역과 비슷한 문제가 주로 출제가 되었다.
약 40문제 정도를 30분간 치르는 시험이었는데, 1문제 당 1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라,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정확도를 조금 낮추는 대신 문제 푸는 속도를 높이는 전략을 가져가기로 했다. 그렇게 허겁지겁 문제를 풀어내니, 약 1-2분 정도의 시간을 남기고 문제를 다 풀어낼 수 있었다.
옆자리에는 다른 지원자가 있었는데, 문제를 어찌나 빨리 풀던지, 옆 사람이 빨리 풀어내니 나만 괜히 더 긴장이 되는 것이었다. "언어이해"를 치고 잠시 숨을 고르고 나니, "문제 해결 풀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과 함께, 일제히 시험지를 넘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제 해결 분야의 문제는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드는 문제가 많이 등장하게 되어서, 적잖이 당황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언어 이해 시험을 치면서도 조금 당황했던 것이, 서점에서 구입한 예상문제집과는 전혀 다른 문제가 시험장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과목의 문제 중에서 단연 압권은 바로 일명 "지하철 문제"였다. 지하철 지도를 보여주고, 한 정거장당 걸리는 시간은 2분, 환승은 10분이라는 시간을 설정해주고, A라는 기자가, 하루에 5군데 취재를 취재를 해야 하는데, 그 취재를 해야 하는 시간은 모두 다른 상황이었다. 예를 들면, B백화점 10시 - 12시 사이 취재, C마트 15시 -18시 취재, 이런 식이 었는데, 이런 상황을 여러 개 조합을 해서, 가장 빨리, 모든 취재를 다 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 내야 하는 식이었다.
딸린 문제가 5개쯤 있었는데, 가관이었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심사숙고한다면 아마도 풀어낼 수 있는 수준이었겠지만, 이번에도 약 40문제 정도를 주면서 35분 정도를 주는 상황이니,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찍지 않으려고 했지만, 몇 문제를 찍었다.
다행히 문제를 절반 정도 풀어내니, 그다음부터는 "당신은 신입사원인데, 이러이러한 상황에 처했다. 이런 경우에 어떤 행동을 취하겠는가?"라는 형식의 질문이 대다수였다. 아마도, 이 부분도 정답에 가까운 부분은 있겠지만, 내 행동을 예상해서 푸는 문제라 그나마 시간을 적게 투입하고도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다행히 이번에도 약 1분 정도의 시간을 남기고 문제를 다 풀어낼 수 있긴 했다. 지하철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 옆 자리에서 시험을 풀어내던 사람들은 내가 약 5문제 정도를 남겨놓았을 때 이미 시험을 끝낸 상황이었다.
"자료 해석"문제의 경우도 비슷했다. 약 30-40문제 정도가 되었던 것 같은데, 시간은 40분이 주어졌다. 이 부분이 가장 쉬웠던 것 같다. 주어진 자료를 보고 보기의 지문과 맞는가 틀리는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4과목 중 가장 무난하게 문제를 다 풀어낼 수 있었던 과목이었다.
드디어, 대망의 인적성검사 마지막 시험, "언어 논리"가 나타났다. 이번에도 약 40문제를 40분간 풀어내는 것인데, 논리 추론을 하는 것이라 처음에 머리가 가벼울 때는 그래도 문제의 정답을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힘이 빠지면서 쉽지가 않았다. 약 15문제 정도를 남긴 상황에서 시험 시간이 10분도 채 안 남은 상황이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옆자리에서 문제를 풀던 사람은 슈퍼맨인 것인지 문제를 이미 다 푼 상황이다. 그 옆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 나만 문제를 다 못 풀어낼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하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서니 뒤에 있던 약 10여 문제는 아주 간단한 문제가 대다수였던 것이다. 결국 문제는 다 풀어낼 수 있었다. 이번에도 약 1분 정도를 남긴 후에 말이다.
약 2시간 정도 쉬지 않고, 문제를 풀어내니 머리에 쥐가 나는 듯했다. 중간에 화장실을 갈 쉬는 시간도 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인적성 검사가 끝나고 잠시 숨을 돌리고 바로 면접이 시작이 되었다. 4가지 면접, 임원 면접, 역량 면접, 토론 면접, 영어 면접, 이렇게 4가지였는데, 순서는 사람마다 다르게 배정이 되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원 면접"으로 다른 면접과 시간이 겹치게 되어서 임원 면접을 못 들어가게 되면, 자동 탈락과 다름없는 결과가 초래되니 각별히 주의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옆에 있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숨을 골랐다. 알고 봤더니 바로 옆에서 빠른 속도로 문제를 풀어내던 남자는 나와 동갑내기였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국제경찰이 되는 시험을 치다가 체력 검사가 있기 며칠 전 손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포기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친구였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여성분과도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는 같은 학교 동기였다. 의상학과에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했다고 하는데, 의상학과에 알고 있는 동생이 하나 있어서 혹시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는 사이란다. 우리는 그렇게 긴장을 달래면서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지 맵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