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트랙 다크니스"
회사에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단체로 보낸 듯한 e메일이 하나 와있다. 제목이 “영화 동호회 참석자 모집”이었던가 뭐였던가… 사실 정확히 e메일 제목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편지 속에 들어있는 내용은 이러했다.
영화동호회 6월 정기모임을 가집니다.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고, 영화를 볼 겁니다.
준비물은 없습니다. 그냥 몸만 와서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가면 됩니다.
충분히 솔깃한 제안이 아니었나 싶다. 어차피 혼자서는 영화를 보는 등의 문화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단체로 저녁도 공짜로 먹고 영화도 공짜로 보고 오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같이 들어온 동기 녀석들과 함께 같이 참석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화려한 CG, 하지만 스토리는 뭔가 부족한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SF 영화답게, CG와 액션은 화려하지만, 스토리에서 마음을 이끌어 내는 뭔가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SF영화에게 그런 진득한 스토리를 바라는 것도 무리수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작품 속에 조금만 더 철학을 투영했으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서 하는 말이다.
조금 공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중세 영문학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은 그런 아쉬운 스토리 구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중세 영문학의 아버지 제프리 초서가 쓴 소설이나 영시를 읽는 것이 오히려 더 스토리가 탄탄해 보였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내는 내내, 다음에 이어질 내용은 이러한 내용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음 장면이 내 예상을 빗나간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나타나는 주인공들의 대사에서는 뭔가 억지로 감동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약간은 유치한 설정의 대사들이 기억에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누군가는 이런 내용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쉽게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 스타트랙 다크니스 트레일러 영상
“이성과 감성, 두 인물의 균형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
사실,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때려 부수고 우주를 탐험하는 장면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면, 메시지 전달에 성공한 것이라고도 홀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감상이라는 것은 제작자가 의도한 경우도 있지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감상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 때,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해서 보는 점은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두 명의 주인공, 커크(Kirk)와 스팍(Spock)의 아이러니한 성장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 주목해서 볼 수 있기도 하다.
△ 영화속 주인공 커크
"이성의 스팍(Spock), 감성의 커크(KIRK)"
원칙주의자로 보이는 스팍, 그에 반해 감정적인 결정을 주로 하는 커크, 둘은 전혀 다른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조합은 오묘하게 잘 어울리는 듯해 보이기도 한다. 그 두 사람을 보면서 내가 떠올린 인물은 바로,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이라는 인물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만나보지 않았지만, 감정적이고 직관에 의존해서 일을 처리하는 것 같은 스티브 잡스, 그에 반면에 철저한 분석과 원리에 의존해서 일을 처리하는 팀 쿡, 애플 스티브 잡스의 성공 이면에는 팀 쿡의 “관리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듯이, 이 둘의 조합은 그들의 조합과 상당히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칙에 죽고 원칙에 사는 스팍, 반면, 감정에 죽고 감정에 사는 커크, 같은 상황에 직면한 둘의 행보는 전혀 다르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스팍, 그는 원칙대로 죽음을 맞이하려 하지만, 감정적인 인간 커크는 스팍이 그리하도록 놔두지 않고, 원칙을 어겨가면서 스팍을 살린다. 사소한 결정인 것 같지만, 이 사건이 가져온 파장은 상당했다. 이 사건으로 커크는 함장의 자리를 잃었고, 스팍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난다.
이후, 갑작스러운 테러가 발생하고 이 테러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같은 사령관(?)이 죽어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무언가를 깨닫는 듯하다. 그가 경험을 통해서 느낀 감정적인 경험은 이후, 영화의 후반부에서 같은 상황에서 그로 하여금 전혀 다른 선택을 내리도록 만드는 기폭제가 되는 듯해 보이니 말이다.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는 두 사람, 영화 속에서 계속되는 경험을 통해서 반대 방향으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원칙에 죽고 사는 스팍은 감정적인 면모를 채워 넣는 방향으로, 반면 조금은 제멋대로인 듯한 감정에 치중한 함장 커크는 원칙을 배워나가는 방향으로 말이다.
△ 영화 속 또다른 주인공, 스팍
"이성에 감성을 채워 넣은 스팍, 감성에 이성을 채워 넣은 커크"
이러한 장면은 작품의 후반부, 인류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 “칸”에 대한 두 사람의 대처 방법에서 잘 드러난다.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적수, 칸을 상대로 “원칙”을 지키는 면모를 보이는 커크, 그리고, 마지막 함선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한 동료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스팍의 모습에서 이러한 그들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성과 감성”의 균형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쩌면, 이 영화는 일종의 성장 스토리 중의 하나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왜? 칸(KHAN)일까?”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신인류적 존재, 해리슨, 극 중에서 그의 본명은 “칸(KHAN)”으로 드러난다. ‘왜 다른 이름이 아니라 칸일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한 때 세계를 평정하면서 대제국의 면모를 보인 몽골제국, 그 황제를 “칸”이라고 불렀다. 몽골 제국의 초대 칸 이름은 아마도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이름하여 “칭기즈 칸”, 아마 작품 속에서 이러한 상징적인 요소를 사용하려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칸”이라는 인물은 서양인의 시각으로 봐서는 충분히 위협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쪽에서 나타난 말을 탄 강인한 민족에 의해 서양 세계까지 침략을 받았던 역사가 있으니까.
아마, 칸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캐릭터를 통해서 “미지의 동양 세계의 인물”을 투영해보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이러한 것 역시도 어느 정도의 서양 중심적인 시각인 것 같기도 하다. “칸”이라는 인물을 그리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놓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마치, 영화 300에서 문명국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를 이상하게 묘사해 놓은 것처럼.
△ 영화 속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칸
“도대체 스팍은 어떻게 칸을 잡은 것일까?”
사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의문점으로 남았던 것이 그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무슨 방법을 통해서 무적으로 그려지는 인물, 칸을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영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그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면서 끝내버리기 때문이다. 마치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이...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그 부분이 궁금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은 이유가 아마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도대체 칸은 어떻게 스팍에게 잡힌 것인가?”
"영화 스타트랙 다크니스(STAR TREK INTO DARKNESS)"
제작연도 : 2013년
감독 : J.J 에이브람스
출연 : 크리스 파인, 제커리 퀸토, 조 샐다나, 칼 어번 등
장르 : SF, 액션
특징 : 우주, 스타트랙, 성장,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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