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이기자 수색대 무박 4일"
"나는 군대 두 번 다녀왔어. 20대 10년 중의 4년을 군대에서 보냈네..."
아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번쩍 눈을 떠보니, 다행히도 꿈이다. 벌써 예비역 7년 차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가끔 군대를 두 번 다녀오는 꿈을 꾸기도 한다. 가끔 어떤 꿈에서는 이등병이 되어 있기도 하고, 병장이 되어 있기도 하다. 마치 전역 이후에 내가 살아온 삶이 "일장춘몽"과 같은 단 하룻밤의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리얼한 군대 꿈을 꾸기도 한다.
80이 넘은 할아버지도 군대에 다시 다녀오는 꿈을 꾸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대한민국 남자에게 군대라는 곳은 정말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곳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군대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이렇다.
"한 번은 다녀올 만한 곳, 군대"
조금 더 살을 붙여서 이야기를 하자면, 군대라는 곳은 멋도 모를 때 딱 한 번은 다녀와도 괜찮지만, 군대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난 이후에는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곳, 그런 의미에서 딱 한 번은 가볼 만한 곳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혹독한 시련에 부딪히는 상황을 많이 겪기도 하고, 군대에서만 생기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겪을 수 있기도 하고, 고립된 상황 속에서 마치 "자기 수련"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 바로 군대이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아마 군대 관련 꿈을 꾸게 된 계기는 아마, 어제 오랜만에 다큐멘터리 3일, "이기자 부대"편을 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TV와 같은 영상물을 잘 보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가끔 보는 편이다. 도움이 되는 면도 많이 있고, 재미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난 어쩌면, 이렇게 우리의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박 4일간의 혹독한 훈련을 견뎌야만 이기자 부대의 '수색대'가 될 수 있다."
사실 나도 건장한 신체를 가진 탓에, 신체등급 1등급으로 분류되어 들고 다니는 무기 중에서 가장 무겁다는 81M 박격포로 주특기 배치를 받은 적이 있다. 덕분에 "수색대" 같은 것은 지원할 기회조차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서 수색대에 지원해서 처음으로 받는 무박 4일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보다 보니, 정말 수색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나한테도 선택권이 있었다면, 수색대를 지원해보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나도 군대에 있을 때, 어차피 한번 하는 거 제대로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니 말이다. 어차피 전방에 갈 거면 최전방으로 배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진짜 "전방"으로 배치가 되긴 했지만... 하지만 영상을 보니, 과연 지금보다 훨씬 신체가 건장했던 그때라고 해도 버텨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잠"을 재우지 않는 것에는 정말 장사가 없는 법이니...
"군인들도 사람입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면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군대라는 곳이 그렇다.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국가의 부름을 받고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모인 청년들, 하지만 그들도 가족의 품 속에서는 귀한 아들이다. 아마, 아들을 군대 보낸 어머니들이 이 영상을 본다면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다.
군대를 이미 다녀온 나도, 수색대 훈련을 받는 이등병 장병들이 간혹 인터뷰를 하면서 "가족"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내 눈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으니...
언제 촬영한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1년 9개월" 복무를 한다고 하니, 그래도 꽤 최근에 촬영된 영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한민국 남자들 모두 군대를 가야 하긴 하지만, 점점 의무 복무기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이미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회에서의 하루와 군대에서의 하루는 정말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미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역사,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신화"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추구하고 싶은 것들 잠시 내려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국가의 통제를 받으며, 나라를 지키는 용사들이 있기에 현재 우리가 큰 걱정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역사,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신화인 그곳, 군대...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그곳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상하게 재미있다.
"다큐멘터리 3일, 나를 이기는 길, 이기자 수색대 무박 4일"
방영일 : 2011년 12월 11일
CP : 김정중
PD : 김동훈
글, 구성 : 신지현
내레이션 : 양희경
프로그램 다시 보기 링크 : http://www.kbs.co.kr/2tv/sisa/3day/view/old_view/1764845_1141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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