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헤이리에서 만난 고양이

파주 헤이리에서 만난 고양이


파주 헤이리에서 만난 고양이


나른한 평일 저녁, 일을 마치고 헤이리로 산책을 나갔다. 헤이리도 나름 제법 넓은 편이기에 한 바퀴 둘러보며 산책을 하기에 괜찮은 곳인데, 특히나 요즘 같은 날씨에는 더욱더 산책하기가 좋은 듯하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그리고 해도 너무 일찍 지지도 않는, 거기다가 적절히 바람도 불어오는 산책을 하기에는 딱인 아주 좋은 날씨라고 할 수 있겠다.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왠지 마음이 점점 들뜨는 것 같기도 하다.



"길을 가다가, 고양이를 만났다."


헤이리 곳곳을 걸어 다니다가 고양이를 만났다. 처음 보는 고양이인데 갑자기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다리 사이로 왔다 갔다 하면서 머리를 내 발에 비빈다. 발에도 비비고 다리에도 비비고, 그 작업을 수차례 반복하는 상황이었던지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낯선 고양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애정공세를 하다니... 이게 무슨 표현인가 싶어서 급히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예상했던 대로, 이건 "고양이만의 애정표현"이라고 한다. 일종의 "이건 내 거야"하는 그러한 표시라고 하는데... 고양이가 암컷인지 수컷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생명체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을 하니 나쁘지는 않았다.





"당황스러워하다가 뒤늦게 가지고 있던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서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갑작스러운 낯선 고양이의 애정공세에 당황스러워하다가, 가방에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그래서 이 고양이의 기이한 행적을 녹화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고양이가 실컷 비빈 것인지, 애정공세를 다 해버린 것인지 더 이상 다리를 비비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 기다려보니 마지막으로 다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한번 더 비비는 모습이었다. 카메라를 들어서 일부러 서비스로 해준 것인지... 그런데 난데없이 카메라가 튀어나와서 그런 것인지 고양이도 수줍은 모습이다.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비벼대더니 이제는 옆에 다소곳이 앉아서 카메라를 쳐다보지도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당황스러웠지만 기분 좋은 만남이 되었다. 아마도 헤이리를 떠도는 길고양이인 듯한데, 그래도 헤이리 같은 곳의 길고양이라서 조금은 다행이 아닐까 싶다. 그나마 먹을 것도 풍족할 것 같고, 사람들도 고양이를 다치지 않게 할 것 같은 그러한 곳이니 말이다. 아무튼 짧은 인연이었지만 반가웠던 고양이.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



소인배

Since 2008 e-mail : theuranu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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