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노르만딘에게 카네이션 한송이를 中
6
“주몽쉐”
“쑨은기”
“초이현용...”
분침과 초침이 하나가 될 때, 그의 수업은 출석 체크와 함께 시작이 된다. 그의 수업 준비는 철저하다. 한 번은 쉬는 시간에 교탁에 올려진 그의 수업 자료를 힐끗 보게 된 적이 있다. 시 수업에 관한 자료였는데, 그의 교재 곳곳에는 연필로 쓰인 필기가 가득했다. 아마도 그가 수업 전에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해오기에, A4 용지 한 페이지 분량의 짤막한 시 수업을 함에도 불구하고, 1시간 이상 수업을 하면서도 할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혹, 직접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Before the classes, I am hoping that you read the poetry, then we will be able to discuss poetry. I am also studying poetry like this.” 그는 자신의 수업 교재를 학생들에게 펼쳐 보이며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 그도 수업을 하기에 앞서 작품을 천천히 숙고해서 읽어보고, 읽으면서 든 생각을 수업 자료에 적어서 온다고 했다. 한번 수업에 들어오기 전 약 4시간가량 그러한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고 한 듯하다. 아마도, 그가 수업 전에 이렇게 많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오기 때문에 학생들이 생각을 존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ny… Question?”
션 노르만딘 교수는 수업 전에 항상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다. 혹시 질문이 지금 당장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수업 중에 생각이 나면, 주저 없이 질문을 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독특한 교수였다. 일반적으로 다른 교수들은, 자신이 수업을 하는 도중에 질문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듯해 보이는데 말이다. 그리고,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질문도 많이 하는 편이다. 간단한 것에서부터, 심오한 질문까지, 그의 질문은 다양하다. 책에 쓰인 한 구절을 읽고, 항상 물어본다.
“What kind of event happened in chapter 1 in this novel?”
“What is the main character’s name in this novel?”
이러한 아주 기초적인 질문은 물론, 가끔은 너무나도 심오해서 질문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질문까지 그가 던지는 질문의 범위는 다양했다. 특히나, 중세 문학 시간에 그의 질문은 쉴 틈이 없이 쏟아졌다.
“Whan that April, with his showres soote, the droughte of March hath perced to the roote, And bathed every veine in swithch licour, … What does it mean?”
내가 4학년 1학기 때 수강했던 중세 및 르네상스 영시라는 수업에서, 특히 그는 물을 만난 물고기 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고대 영어로 쓰인 영시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쓰인 작품까지, 학생들은 해독하기도 어려운 시에 대해서 읽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상당히 신이나 보였다.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아… 션 교수님, 우리 고문하는 걸 즐기시는 것 같지 않냐?”
그의 중세 문학 사랑은 넘쳤지만, 학생들이 그의 열정을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친 듯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대답하기 어려운 난해한 질문을 그는 가끔 던지기도 하지만, 수업 시간 중 그가 보여주는 반응을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일 중의 하나였다. 그는 마치, 컴퓨터 게임의 NPC(None Player Chracter)를 연상시키는 정형화된 반응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Ah! Very clever!”
간혹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그 말은, 즉 그가 학생의 질문이나 답변에 만족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금 학생들의 답변이나 질문이 조금 애매한 경우에는 한 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런 반응을 보인다.
“Hmm… Let me see…”
간혹, 학생들이 이야기한 것을 그가 잘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면 그는, 방금 이야기를 한 학생을 향해서 상체를 약간 숙인 채로 학생을 향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What did you say?”
그리고 다시 학생이 이야기를 마치면, 다시 조심스럽게 교탁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3 발자국 정도 움직였을 때, 반응을 보인다.
“Ah! Yes, very clever! I like your idea. He said that…”
사실, 그를 보면 너무나도 진지해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는 은근히 수업 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열심히 연기를 하려고 노력을 하는 듯해 보인다. 조용조용한 그의 성격상 이렇게 많은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즐겁게 이끌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장면을 연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인데, 그런데도 그는 간혹 너무나도 리얼한 연기를 보인다. 한 번은 수업 시간에 소설의 어떤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갑작스럽게 넘어진 적이 있었다. 그의 연기가 너무나도 리얼했기에 학생들의 대부분이 그가 실수로 어딘가에 걸려서 넘어진 것으로 생각을 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가 연기를 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게 되었다.
또 한 번은, 미국 문학 개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수업 시간에 어느 장면을 설명하면서, 갑자기 그가 평소에 쓰고 다니는 안경을 벗은 후, 셔츠에 매달려있는 넥타이를 한 손으로 들고 본인의 얼굴을 넥타이로 후려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가 그랬던 것만 생각이 난다. 한 번은 그 수업을 같이 들었던 왕기라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장면에 대해서 말이 나왔던 적이 있다.
“션 교수님 예전에 수업하다가 넥타이로 자기 얼굴 막 때리고 그러지 않았아요? 그때 뭐 때문에 그랬지?”
“글쎄… 나도 기억이 잘 안 나네…”
“그런데, 션 교수님 요즘에는 아~ very clever! 그거 잘 안 하지 않아요? 요즘에는 그거 잘 못 들어본 것 같은데?”
“그래? 혹시 저번에 내가 수업시간에 발표하면서 그거 따라 해서 그런가?”
위에서 이야기 한 그의 독특한 반응, “Ah! Very clever!”는 한 때, 우리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그의 목소리에 매료된 학생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비록 영어이긴 하지만 “아! 베리 클레버”라는 짧은 단어 조합 정도는 우리도 충분히 이해하고 외울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목소리와 독특한 반응에 매료되어 우리는 션 노르만딘 교수가 없을 때, 별 것도 아닌 일인데도, 그의 말투를 흉내 내며 다녔다. 가령 이런 식으로 말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갈 때는, 음식을 먹고 난 후, 이렇게 이야기도 했다. “아! Very delicious!”
주변 친구들에게 간단한 도움을 받았을 때는, “Ah! Very kind!”
이도 저도 아닌 그냥, 좋을 때는, “Ah! Very good!”
이렇게 그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그의 잔재는 우리를 항상 따라다녔다.
마지막 4학년 2학기, 졸업을 앞두고 션 노르만딘 교수가 담당하는 마지막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의 이름은 “영미 산문의 이해”라는 영미 작가의 산문에 대해서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션 노르만딘 교수의 수업을 선택하게 되면 피해갈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Oral Presentation이라는 것이었다. 3분에서 5분 내외로 짧은 시간 동안 그 날 다루는 작품에 대해서 관련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발표를 하거나, 시를 외워서 암송하면 되는 코스였다. 일반적으로 나는 두 가지를 선택하라고 하면 시 암송을 선택했으나, 이번에는 시를 다루지 않는 코스였기 때문에 암송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처음으로 션 노르만딘 교수의 수업 시간에 Oral Speech를 선택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위해, 특별히 학생들에게 던질 질문을 만들어왔다. 션 노르만딘 교수가 자주 하는 “Ah! Very clever!”라는 표현을 그 앞에서 흉내내기로 작정하고 나갔다. 혹시나, 아무도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을 상황에도 대비해서, 질문을 객관식으로 만들고, 혹시나 아무도 답변하지 않으면, 수업 시간에 그에게 자주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친구에게 미리 답을 알려주고, 대답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 상태였다.
질문의 내용은 “Formosa라는 명칭을 사용한 현재의 국가는 어디지요?”라는 문제였는데, 문제와 보기를 스크린에 띄우자마자 그 친구가 정답을 맞혔다. 그는 손을 들고, “4. Taiwan”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션 노르만딘 교수의 톤으로 이렇게 되받아 쳤다.
“Ah…… Yes, Very clever!”
몇몇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는 것만은 기억한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순간에 그의 표정을 보지 못했기에, 그가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는 괜히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 사건 이후로 그가 “Ah! Very clever!”하고 탄성을 내지르는 모습을 잘 보지 못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7
그가 수업 중에 화를 내는 상황은 거의 보기 힘들다. 아니, 평소에도 거의 보기 어렵다. 2년간 학교에서 그의 수업을 들으면서 몇 번 보지 못했을 정도다, 그만큼 그가 화를 내는 상황은 보기 힘든 편이다. 그는 대부분의 상황에 관대하지만, 딱 두 가지 그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첫 번째는 바로, 학생들이 수업에 충실히 준비해오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 때인 듯하다.
3학년 2학기, 영문학 개관 2라는 수업 시간, 중간고사를 막 치르고 온 상황이라 수업을 제대로 준비해오지 못한 학생들이 상당했던 듯하다. 나 역시도, 막 중간고사가 막 끝난 상황이라, 그 날 수업시간에 다룰 작품인 ‘Pride and Prejudice’의 첫 장 조차도 읽어가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 모드 거의 그런 분위기였던 듯하다. 그래서, 그 날은 그의 단순한 질문에도 학생들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간혹, 어떤 학생들의 경우에는, 그가 너무 쉬운 것들을 물어봐서 대답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그 날은 그의 질문에 평소에 대답을 잘 하는 학생들조차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는지 대답을 거의 하지 않았다.
1시간 15분간의 난감한 시간이 끝나갈 무렵, 그는 교탁에 기대서 책을 교탁에 탁! 하고 떨어뜨리면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이야기를 했다. 정확히 잘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대충 이러한 내용이었다.
“자료를 읽지 않고 수업을 듣는 게 너희들의 공부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한 자료를 읽은 다음에라야 작품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잠시 침묵이 있은 후,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I give up. … Have a nice weekend. And See you next week.”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강의실을 나오면서 수업을 같이 들은 학생들과 그 날의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션 교수님, 화내시는 거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야, 아까 무서워서 오줌 싸는 줄 알았어. 우리 다음 시간에 질문 5개씩 만들어 와야 되는 것 아니야?” 같은 수업을 들은 친구가 이야기를 했다.
“큰일 났네, 아직 작품도 제대로 못 읽었는데, 주말에 얼른 읽어서 질문 여러 개 만들어서 미리 적어서 와야겠다.” 다른 한 친구가 이야기했다.
하지만 약속하게도 시간은 우리가 배운 시의 한 구절 마냥 순식간에 흘러갔다. “Time’s winged chariot hurrying near;” 다시, 션 노르만딘 교수의 수업 시간이 찾아왔고 우리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저번 주, 수업을 마치기 직전에 그가 우리에게 들려준 일종의 경고 메시지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숨을 죽이고 자리를 지키고 않아있다.
“쥬비뤠이”
“베퉈이퉈이”
“유빗즈!”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침과 분침이 하나가 되는 순간, 그가 출석을 부르기 시작하고, 출석 부르기를 마친 후, 뒷문으로 슬금슬금 걸어와서 열려있는 뒷문을 닫고, 수업을 시작한다. 션 노르만딘 교수의 수업을 듣게 되면,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중의 하나, Oral Presentation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문학 수업은 운문과 산문 두 가지 모두를 다루기 때문에, 두 가지의 선택권이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편이다. 수업 시간에 다룬 영시 20줄을 외워서 학생들 앞에서 암송을 하는 리사이트라는 것을 하거나, 수업 시간에 다루는 시나 소설의 한 구절을 정해서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리사이트를 선택하게 되면,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전 시간인 출석을 부른 직후에 리사이트를 하게 된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두 학생이 리사이트를 하러 나온다. 그들은 낯이 익은 학생들이었다. 3학년 1학기, 그러니까 첫 학기에 그들이 리사이트를 하는 모습을 한번 본 적이 있었다. ‘The Canterbury Tales’의 “The Knight’s Tale” 부분을 둘이서 함께 리사이트 한 그룹이었는데, 그들의 리사이트에는 다른 학생들과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리사이트를 위해서 소품을 준비해오고, 마치 뮤지컬을 하듯이 서로 대사를 주고받고, 그에 걸맞은 율동까지 함께 준비를 해 왔던 것이다. 첫 학기에 그들이 리사이트 하는 모습을 본 나는 상당히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학생들이 정말 열정적으로 수업 준비를 해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번 학기에도 그때 열연을 펼쳤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번에는 어떤 것을 할 지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들은 2인 1조를 이루어서, 시를 뮤지컬로 각색을 해서 몸짓과 함께 대사를 주고받았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지켜보는 학생들의 이목은 집중되었고, 어떤 학생들은 그렇게 리사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신기한지, 휴대폰을 꺼내서 촬영을 하는 학생들도 몇몇 보였다. 나 역시도 이런 것은 촬영을 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괜히 우리들 앞에서 열심히 연기를 펼치고 있는 학생들이 부담감을 느낄까 싶어서 감히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학생들이 펼친 리사이트는 큰 호응을 얻으며 끝이 났고, 그들은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뒤에서 그들의 리사이트를 관람하고 계시던 교수님이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시면서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을 할 수는 없지만, 대충 이러한 분위기였다.
“꼭, 리사이트를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표정은 너무나도 밝았다. 정오에 뜬 태양보다 더… 그들의 열연 덕분에 잠깐 나타났던 그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었다. 그 둘의 재롱이 션 교수 몸속의 Choler를 줄여주는 데 큰 공헌을 했으리라…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한 친구는 조금 전 션 교수의 그 모습을 떠올리며 말을 했다.
“션 교수님 오늘 완전 기분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시던데.”
“그러게, 완전 개구쟁이 같으셔.”
“하는 거 보면 완전 얘다 얘.”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강의실을 빠져나오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8
“앞으로 내 수업 절대로 듣지 말고! 복도에서도 마주치지 말고! 앞으로 절대로 안 봤으면 좋겠다!”
갑작스럽게 그가 화를 낸다. 그가 화를 내는 모습은 거의 보기 어렵다. 사실, 나는 그가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는 모습은 아직까지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고, 한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들었을 뿐이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 영문학 개관 2라는 수업에서 그가 어느 한 학생을 보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대체 그 학생은 무슨 큰 죄를 지었기에, 그가 그렇게 불같이 진노했던 것일까?
그는 딱 일반적으로 딱 두 가지에 대해서만 화를 내는 편이다. 한 가지는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학생들의 수업 참여가 활발하지 않을 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일부러 내는 것 같은 그런 화, 그리고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가 진심으로 화를 내는 것 같은데, 학생들이 표절을 할 때,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다.
영문학 개관 2 수업을 들었던 그 학생, 수업 시간에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그렇게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마 그가, 표절을 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하면서 우리는 추측을 해 볼 뿐이었다. 그가 학생에게 화를 내기 전, 학생에게 이메일로 미리 통보를 했다고 한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 수업에 오지 않아도 된다.”라는 식의 내용을 담은 편지였던 것으로 추측을 할 뿐이다. 하지만, 그는 수업 전 그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한 듯했고, 수업에 들어왔다가 큰 봉면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그 학생은 무사히 졸업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소문에 의하면 그 학생이 나와 함께 편입이라는 관문을 통해서 학교로 들어온 학생 중의 하나인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한 번은, 나와 안면이 있던 동생이 교내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고 한다. 그의 안색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자, 그가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번에도 그는 특유의 중저음의 목소리로 그에게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아… 학생들이 표절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때마침, 교내에서 있었던 “팔도”라면 이벤트를 통해서 받은 커피를 손에 쥐고 있었는데, 그것을 션 교수에게 주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힘내!”
그는 평소에는 차분한 현자 같은 모습이지만, 표절과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는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9
그는 수업 시간에 다양한 학생들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을 즐기는 듯해 보인다. 성균관대로 이적 후, 첫 학기 때 들었던 그의 수업인 영문학 개관 1 시간, 수업시간에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Antony and Cleopatra에 대해서 수업을 하던 중, 많은 학생들이 교수님의 질문에 답을 하고, 질문을 하기도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그는 상당히 신이 나 보였다. 수업을 마칠 때쯤, 그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약간은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아… 이런 정도의 분위기라면, 이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에게 A 이상의 성적을 주고 싶다.”
그가 가장 즐거울 때는 다양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때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보통 수업에 들어가게 되면 학생들이 그의 질문에 대답을 거의 하지 않고, 질문을 하는 등의 수업 참여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나마, 앞자리에 있는 활발한 학생 몇몇이 질문을 하는 편인데, 4학년 1학기에 들어간 ‘중세 및 르네상스 영시’ 수업 역시도 보통의 다른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앞자리에 앉아있는 몇몇 학생을 제외하고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 수업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는 3명이 수업을 거의 주도해 갈 정도로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 셋 중에 가운데 있는 초이현용이란 친구는 수업시간에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질문을 하는 그의 몸짓으로 인해 어느 날부터 그를 마에스트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3인방, 그리고 그 주변에서 간헐적으로 질문과 답변을 하는 학생들로 인해, 항상 수업 참여는 주로 앞자리에서 일어나는 형국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러한 상황이 아쉬웠는지 션 노르만딘 교수는 한번 특단의 조치를 감행하기도 했다. 그는 질문을 던지고,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손바닥을 내보이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Wait. Do not answer the question”
그리고, 그는 슬금슬금 교실 뒤쪽으로 걸어가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앞자리에 있는 학생들의 시선은 뒤쪽으로 몰리게 되었다. 아무도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자 순식간에 교실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교실 뒷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들었던 한 친구가 션 교수가 뒤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그 느낌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션 교수님 씩 웃으시면서 슬금슬금 우리 쪽으로 걸어오시는데, 그런 느낌이었어, 마치 엄청 큰 괴물이 우리 위협하려고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오는 그런 느낌”
하지만, 다행히도 그 정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뒤에서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던 선 교수를 보고 있던 앞자리에 있던 친구가 션 교수에게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션 교수는 그 학생에 의해서 교탁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고,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학생의 질문에 반응을 보였다.
“Ah! Very clever! Yes, I like your idea.”
이후, 우리는 그 사건을 노르만딘 장군의 위화도 회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 션 노르만딘 교수의 영미 산문의 이해라는 수업 시간에 그가 다시 “Wait”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그 수업에는 어김없이 수업시간을 션 교수와 함께 이끌어 나가는 마에스트로 초이현용 학생이 함께하고 있었다. 션 교수가 질문하는 족족, 그가 제일 앞자리에서 대답을 하고, 션에게 무차별적인 질문을 퍼붓던 어느 날, 그날은 마치 마에스트로가 션을 조련하는 느낌이 드는 그런 날이었다. 마치 두 사람이서 독대를 하고, 나머지는 관중석에 앉아서 구경하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션 교수가 다시 한번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마에스트로가 답변을 하려고 하는 찰나, 션은 그에게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그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Wait.”
다급하게 마에스트로의 입을 막은 뒤, 그는 출석부를 뒤적이면서 학생들의 이름을 살펴보더니, 출석부에 있는 한 학생의 이름을 호명하고,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What do you think?”
예상치 못한 션 노르만딘 교수의 행동에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지목받은 학생은 적절히 답변을 잘 한 것 같지만, 그 모습을 본 우리는 점점 션 교수가 강력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한 친구는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는 광역 마법만 가능했다면, 이제는 직접 공격도 가능해졌다! 아… 그는 점점 더 진보하면서 강력해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성균관대에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더 강력해지는 듯한 면모를 보였다. 내가 성균관대로 이적하기 1년 전, 션 노르만딘 교수도 그곳에서 처음으로 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나보다 먼저 학교를 다녔고, 그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처음에는 그의 수업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고 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객관식 문제는 모두 간단히 수업만 열심히 들으면 거의 다 맞출 수 있는 수준의 문제였으며, 주관식 에세이를 작성하는 문제 역시도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내가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 들은 그의 수업은 쉽지 않았다. 특히, 객관식 시험 문제가 이전과는 다르게 세세하고 사소한 부분에서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학교로 이적해서 처음으로 그의 수업을 들었던 2011년부터, 나는 매 학기 그의 수업을 하나 이상 꾸준히 들어왔다.
3학년 1학기 때, 처음으로 들었던 그의 수업 영문학 개관 1에서의 시험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첫 학기였던지라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전혀 엉뚱하게 했던 탓에 시험 문제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시간에 그의 강의를 열심히 들어 둔 덕분인지 중간고사 성적은 무려 A가 나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매 학기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의 시험문제는 녹록지 않은 수준이 되었으며, 그에 따라 학생들은 점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니, 누가 먼저 시작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학생들의 성적이 예상보다 높게 나와서 그가 시험 문제 난이도를 높인 것인지, 그의 문제가 점점 더 어려워져서 학생들이 그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점점 더 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인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듯한 문제와도 같다고 할 수 있을 듯한 문제다. 분명한 것은 그의 수업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내가 첫 학기에 들었던 수업의 중간고사 문제수는 10문제였지만, 다음 학기부터 중간고사 시험 문제수를 20문제로 늘려버렸다. 이는, 아무래도 10문제로는 학생들의 성적을 공정하게 주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마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그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10
“Ah… Yes, that would be…”
“Yes, very clever! At some point, maybe we will be able to consider that…”
“Yes, I like your idea.”
“Yes, I am going to talk about…”
“yes, I will let you know the exam questions...”
그는 절대로 “No”라고 하는 법이 없었다. 항상 학생들이 질문을 하거나 부탁을 하면 “Yes”하고 대답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간혹 그를 볼 때마다 한 때, 짐 캐리가 찍은 영화 Yes맨이 생각이 나기도 했다.
학교로 이적한 후, 첫 학기, 먼저 학교로 이적한 선배들로부터 수업과 학교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을 듣다 션 노르만딘 교수의 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수업을 들었던 선배의 말에 의하면 이러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그가 수업 중 잘 이해가 가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션 교수의 사무실에 방문했다고 한다. 션 노르만딘 교수는 시험 1주일 전, 에세이 문제를 2개 정도 공개를 하는 타입이다. 공개한 에세이 주제 중 하나가 시험 문제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가 질문하려고 한 내용이 시험문제와 관련이 있었던지라, 조심스럽게 그 부분에 대해서 그에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조심스러웠던 그의 태도와는 달리 션 노르만딘 교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부분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주었다고 한다. 오히려, 질문을 하러 간 그를 당황시킨 사건이었다고 한다.
동기 중 특이한 학생이 한 명 있었다. 평소에는 수업시간에 제시간에 수업을 들으러 와 출석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는데, 한 학기에 한 과목 이상씩 꼭, 시험 기간이 되면 시험을 치지 않는 것이다. 션 노르만딘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도 그의 기이한 행동이 발동되었고, 그는 중간고사 시험을 치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아니, 시험을 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제때 졸업을 하려면 웬만하면 fail을 피하는 편이 좋았기에, 주변에서 그에게 션 노르만딘 교수를 찾아가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도 결국 주변의 이야기를 따라서 션 노르만딘 교수를 찾아가 시험을 치지 못한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그때도, 션은 흔쾌히 재시험을 허락했다고 한다. 대신, 시험장이 션 교수의 사무실이 되는 것과 일반적으로 에세이 문제는 이전에 2문제가 공개되고 그중 하나가 출제되는데, 이번 경우에는 에세이 예상 문제가 3문제, 그중 한 문제가 시험에 출제된다는 것 밖에 다른 점이 없었다.
또 한 번은, 2011년 2학기, 영미 산문의 이해라는 수업에서 기말고사를 앞둔 시간, 어느 학생이 수업시간에 시험 범위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시험 문제에 대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어느 학생이 그에게 시험 문제를 알려달라고 했고, 션 노르만딘 교수는 이번에도 “No”를 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Yes”라고 하며 정말로 시험 문제를 하나하나 알려주었다고 한다. 몇 페이지 어느 작품 어느 부분에서 시험 문제가 나오고, 어디에서 또 문제가 나오고…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하나하나 정말로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그 사건 덕에, 그 수업의 기말고사 만점자가 2 자릿수가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은 그 일이 있은 이후로, 그에게 절대로 공개적으로 시험문제를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시험문제가 공개가 되어 버리면 노력하는 학생이 성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이후로 학생 누구도 입을 뻥긋하지 않게 된 것이지 않을까? 어쩌면 그가 정말로 무서운 점은 “No”를 절대로 외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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