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2 "PC방 스타크래프트 대회 우승"

타산지석 2 "PC방 스타크래프트 대회 우승"


타산지석 2 "PC방 스타크래프트 대회 우승"


어느덧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어느새 학교의 최고 학년이 된 것이다. 점점 스타크래프트의 실력을 쌓아가던 나는, 이때쯤 되니, 이제는 학교 내에서는 적수가 없게 되었다.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들과는 1:4, 2:6 정도로 게임을 해도 이기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그 시기, 원래 청소년도 이용이 가능했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19세 이용가로 판정을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중학생들이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은 불법이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우리에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시켜주는 PC방을 찾기도 힘들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도, 몰래 불법을 자행해주는 친절한 PC방 업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곳은 찾기도 힘들 뿐 아니라, 가서 게임을 하려고 해도 학생들이 어떻게 알고 몰려온 탓에 자리를 잡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스타크래프트 TEEN 버전"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몇 달이 흘렀을까, 스타크래프트 TEEN 버전이라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었다. 게임 속에서 잔인하게 묘사되는 장면을 바꾸어서 청소년들도 합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게임 속의 내용이나 게임에서 나타나는 화면효과 등은 전혀 바뀐 것이 없었다. 대체 무엇이 이 게임을 다시 청소년 이용가로 이끈 것인지는 몰랐으나 덕분에 다시 정당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타크래프트 온라인 대전, 배틀넷"


다시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이제는 단순히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블리자드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대전 시스템 '배틀넷'이라는 곳에 처음으로 접속을 하게 되었다. 배틀넷이라는 곳은 인터넷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사람 대 사람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였다.


그리고 배틀넷에는 "LADDER"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건 배틀넷 안에서의 랭킹전이라고 이해를 하면 될 것 같다. 이 LADDER라는 형식의 게임은 일반 게임과는 다르게, 점수를 걸고, 이기면 점수를 얻고, 지면 점수를 잃는 그런 시스템인데, 이 점수를 통해서 랭킹을 결정짓는 시스템이었다.


일반 게임을 넘어서서, 래더라는 게임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고, 조금씩 게임을 하다 보니 LADDER 랭킹 100위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당대의 고수들이 모인 배틀넷 채널, 게오동과 나모모"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중학교 졸업을 앞둔 시기가 되었다. 이미 기말고사도 미리 다 친 상황에, 겨울방학을 기다리고 있는 시기라 수업은 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이 있긴 하지만 수업을 하는 선생님은 없다. 그래도 정규 수업시간은 채워야 하니, 지루한 시간을 때우라고 영화를 틀어주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도 인터넷이 물론 있긴 했지만, 인터넷 이전의 통신 세대인 일명 "PC통신"이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잘 나가던 PC통신 중의 하나로 "HITEL"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이 하이텔 내에도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동호회가 있었다.


일명 "게오동"이라고 불렸던 곳인데, HITEL 이전부터 있었던 곳이라, 게오동이라고 불리었다. 하이텔의 옛날 명칭이 바로 '케텔'이었기 때문인데,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케텔 게임 동호회'의 약자로, '게오동'이라고 불렸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배틀넷에서의 채널은 BROOD WAR KOR-KGA라는 채널로, 당대의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있던 채널이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국내 양대 스타크래프트 채널로 이 게오동과 함께 유명했던 곳은 "나우누리"라는 PC통신 내의 게임 동호회로 "나모모"라는 채널이 있었다. 배틀넷에서의 채널은 BROOD WAR KOR-NAMOMO 였는데, 이 채널에서는 김대기 등 지금은 보이지 않는 초창기 프로게이머 등이 활동했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당대의 게이머들이 모이던 게오동에서 제법 유명해지다."


내 경우에는, 나모모 이전에 게오동을 먼저 접하게 되어 그쪽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고, 그 채널의 실력자들과도 친분을 쌓게 되고 하면서 채널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실제로 채널 내에 있는 사람들과 게임을 해도 거의 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채널에서 이야기를 하며 있던 어느 날, 같은 게오동 채널에서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경북대학교 정문 부근에 있는 "스타워즈"라는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유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소규모 동네 대회 수준이었지만, 나름 젊은 PC방 사장님이 홍보를 위해서 주 단위로, 월 단위로, 연단위로 대회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간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월간대회 출전권이 주어지고, 거기에서 우승을 하게 되면 연간되회 출전권이 주어지는 방식이었는데, 1:1 대회도 있었으나, 2:2 대회도 있었다. 때마침 내가 알게 된 주에는 2:2 대회가 있었던 날이었다. 2명이서 짝을 맞춰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변에 알고 지내던 친구를 한 명과 함께 짝을 지어서 출전하게 되었다.


대회 날이 되었고, 첫 출전한 주간 2:2 대회에서 가볍게 우승을 했다. 약간 긴장을 하긴 했지만 우승을 차지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주간 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니, 월간 대회 출전권이 주어졌다. 얼마 뒤에 있었던 월간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어린 소년들이 대학생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미 내가 배틀넷 래더 상위 랭커이고, 게오동 채널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장님은 내게 물었다.


"프로게이머 해볼 생각 없나?"


난 대답을 하지 않고,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게임으로 먹고사는 직업인 프로게이머는 내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것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난 그저, 딱히 불편하고 불안한 현실에서 벗어날 탈출구로 게임을 해왔을 뿐인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대답을 못하자, PC방 사장님은 우선 PC방에서 게임을 무료로 하고, 밥도 사 줄 테니 자주 놀러 오라고 말을 남겼다. 그렇게, 이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마음껏 게임을 공짜로 할 수 있었다. 당시 PC방이 1시간에 1000원 정도 했으니, 중학생이 그 돈을 내고 게임을 하는 데는 항상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하루에 1시간 이상 게임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때부터는 그런 걱정 없이 장시간 동안 게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차피 방학인 데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마음놓고라기 보다는 그냥 대책 없이 놀아버렸다.


그리하여 졸업을 앞둔 시기에 마지막으로 내가 중학교에서 최종적으로 받은 성적은 전교생 550명 정도 중에서 200등 정도까지 밀려나버렸다.


소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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