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 존 던(John Donne) '떠오르는 태양(The Sun Rising)' "어느 르네상스 시인의 태양을 향한 독설"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 존 던의 작품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인데, 이 시는 다른 시와는 다르게 왠지 중세 영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이기도 하다. 태양을 직설적으로 비난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시이다 보니 그런 느낌이 전달되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아침에 일어날 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저늠의 해는 왜 벌써 떠가지고… 피곤해 죽겠는데 말이야.”라는 그런 불평… 그런 불평을 나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그런 작품이다.
THE SUN RISING.
by John Donne
BUSY old fool, unruly Sun,
Why dost thou thus,
Through windows, and through curtains, call on us ?
Must to thy motions lovers' seasons run ?
Saucy pedantic wretch, go chide
Late school-boys and sour prentices,
Go tell court-huntsmen that the king will ride,
Call country ants to harvest offices ;
Love, all alike, no season knows nor clime,
Nor hours, days, months, which are the rags of time.
Thy beams so reverend, and strong
Why shouldst thou think ?
I could eclipse and cloud them with a wink,
But that I would not lose her sight so long.
If her eyes have not blinded thine,
Look, and to-morrow late tell me,
Whether both th' Indias of spice and mine
Be where thou left'st them, or lie here with me.
Ask for those kings whom thou saw'st yesterday,
And thou shalt hear, "All here in one bed lay."
She's all states, and all princes I ;
Nothing else is ;
Princes do but play us ; compared to this,
All honour's mimic, all wealth alchemy.
Thou, Sun, art half as happy as we,
In that the world's contracted thus ;
Thine age asks ease, and since thy duties be
To warm the world, that's done in warming us.
Shine here to us, and thou art everywhere ;
This bed thy center is, these walls thy sphere.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Source:
Donne, John. Poems of John Donne. vol I.
E. K. Chambers, ed.
London: Lawrence & Bullen, 1896. 7-8.
떠오르는 태양
분주한 늙은 바보야, 겉잡을 수 없는 태양아
왜 이렇게 너는 우리를 방문하느냐?
창문과 커튼사이로,
여인들의 시간이 너의 움직임에 맞춰서 달려가야 하느냐?
불손하고 아는체하는 불쌍한 놈아, 가서 꾸짖거라.
가서 지각하는 학생들이나, 시무룩해있는 도제들이나
궁전의 사냥꾼들에게 가서 왕께서 행차하신다고 일러라.
시골 농사꾼들은 추수하는 그 일을 하도록 부르거라.
사랑은, 한결같아서, 계절도 모르고, 나라도 모르고,
시간, 날, 달도 모른다. 시간의 넝마조각이라 할 수 있는
그 빛이 그렇게 훌륭하고 강하다고
왜 너는 생각하는 거지?
나는 눈 한번 깜빡거림으로써 그 빛을 가져버리고, 흐리게 할 수 도 있다.
그녀의 모습을 못 보게 되는 것만 아니라면
그녀의 눈동자가 너의 눈을 멀게 하지 않는다면
보아라. 그리고 내일 늦게 나에게 말해주거라.
향료와 광물의 두 인도가
그것들이 떠나왔던 그 자리에 있는지, 아니면 지금 내 옆에 함께 누워 있는지 보거라.
어제 너가 보았던 왕들에게 가서 물어보거라.
그럼 너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듣게 될 것이다. " 모든 것은 이 하나의 침대에 있나니."
그녀는 모든 나라, 모든 왕들은 나
그 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왕들은 단지 우리를 흉내 낼 뿐이다. 이것을 비교해보면
모든 명예는 가짜고, 모든 부는 사기이다.
그대, 태양은, 우리 절반 정도 밖에 행복하지 못하다.
세계가 이와 같이 축소되었다는 점에서
그대의 나이는 편안함을 요구할 나이다. 그대의 임무가
세계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를 따뜻하게 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났다.
여기 우리를 비추거라. 너는 도처에 세상을 다 비추는 것이다.
이 침대가 너의 중심이다. 방벽이 그대의 천체이다.
“태양을 향한 독설”
이 시를 접하면 르네상스 시대의 느낌이 별로 풍기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시는 제프리 초서로 대표되는 중세 영미시에서 많이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당당하게 태양을 향해서 꾸짖는 듯한 말투가 인상 깊게 남는 작품이다. 태양을 “분주한 늙은 바보(Busy old fool)”로 표현하기도 하고, “Saucy pedantic wretch”라고 부르고 있기도 하다. 눈을 한번 감기만 하면, 일식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표현에서도 태양을 향한 당당함을 표현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나타나는 부분들이 이 시가 르네상스 시대에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기도 할 듯 하다. 신 중심의 사회였던 중세 시대와는 달리,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간 역시도 신과 같이 위대하다는 생각 속에서, 많은 다양한 작품이 등장했으니, 어쩌면 “신”의 대변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태양을 이렇게 조롱하는 투로 부르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시대 작품의 특징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형식”
이 시의 형식은 조금 독특하고 복잡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지런히 정렬된 느낌은 들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패턴이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하나의 연이 10줄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세 패턴은 42554 45555로 나타나고 있다. Iambic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각 행 별로 다른 수의 meter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라임 역시도 각 연별로 가지런히 나타나고 있다. 총 10행의 연에, 순서대로 ABBACDCDEE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는 부분이다. 무언가 정렬되지 않은 듯 하면서도 정렬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주로 Couplet 형태의 라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태양”이라는 대상을 가지고 이야기함에 있어서, 특별한 권위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을 살리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표현한 시”
이 역시도 존 던의 다른 시와 마찬가지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시라고 한다. 하지만, 얼핏 보아서는 그렇게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연인들이 역사를 만들어 냄에 있어서 낮보다는 밤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리고 태양을 마치, 침입자로 보는 시각을 통해서 사랑을 다룬 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위의 시에서 중간중간 등장하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보면, 그렇게 유추해서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 없다면 문학으로 발현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부족할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노래 가사만 들어봐도, 거의 다 사랑이야기니 말이다. 아마,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지금과 르네상스 시대의 유럽이 크게 다른 모습은 아니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신적인 측면에서만 말이다.
이미지 맵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