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 존 던(John Donne) '벼룩(The Flea)' "남녀간의 관계, 사랑을 벼룩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영시"
며 칠 전에 블로그에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 “존 던”의 “고별사”를 올렸다. 개인적으로 영문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 시를 접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생각 난 김에 올렸던 것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수업시간에 다뤘던 것과는 별개로, 존 던 시인의 다른 작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고 제일 위에 있는 시를 골라서 한번 접해보게 되었는데, 내용이 상당히 야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19세 미만은 읽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THE FLEA.
by John Donne
MARK but this flea, and mark in this,
How little that which thou deniest me is ;
It suck'd me first, and now sucks thee,
And in this flea our two bloods mingled be.
Thou know'st that this cannot be said
A sin, nor shame, nor loss of maidenhead ;
Yet this enjoys before it woo,
And pamper'd swells with one blood made of two ;
And this, alas ! is more than we would do.
O stay, three lives in one flea spare,
Where we almost, yea, more than married are.
This flea is you and I, and this
Our marriage bed, and marriage temple is.
Though parents grudge, and you, we're met,
And cloister'd in these living walls of jet.
Though use make you apt to kill me,
Let not to that self-murder added be,
And sacrilege, three sins in killing three.
Cruel and sudden, hast thou since
Purpled thy nail in blood of innocence?
Wherein could this flea guilty be,
Except in that drop which it suck'd from thee?
Yet thou triumph'st, and say'st that thou
Find'st not thyself nor me the weaker now.
'Tis true ; then learn how false fears be ;
Just so much honour, when thou yield'st to me,
Will waste, as this flea's death took life from thee.
Woman catching fleas, c 1630.
▲ 벼룩을 잡는 여인
벼룩
이 벼룩을 보시오, 이걸 보면
그대 거절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알리라
벼룩은 먼저 나를, 이제 그대를 물었소.
그러니 이 벼룩 안에 우리 둘 피가 섞였소.
이게 죄는 아닐진저, 수치도 아니요
그대 처녀를 잃은 것도 아니요,
그럼에도 이 벼룩은 구애도 없이 즐기는구려,
우리 둘에서 한 피 만들어 부풀대로 부풀었으니,
애통하구려, 이 벼룩이 우리보다 낫네.
오 기다리시구려, 벼룩 한 마리에 세 생명이 들었으니,
이 벼룩으로 우린 결혼한 이상이오.
이 벼룩은 당신과 나, 이 벼룩은
우리 결혼 침상, 결혼 사원이라오
부모가 불평하더라도, 그대 또한 그렇더라도, 우리 만나
이 살아있는 흑옥의 사면에 갇혔구려.
이런다고 당신 나를 죽이고 싶더라도,
그리 마시길, 자기 살해에 더해,
신성모독까지 있으니, 셋을 죽이면 죄도 셋.
잔인하고 성급하구려, 기어이 그대
순수의 피로 그대 손톱을 붉게 물들였단 말인가?
이 벼룩 무슨 죄가 있단 말이오,
당신 핏방울을 빨았던 걸 빼면?
그럼에도 그대 당당하구려, 그대 말로는
그렇다고 그대 자신도 나도 약해진 것 없다니
맞는 말이오, 그러니 알겠구려, 두려움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그대 내게 허락한다 해도, 그대 잃을 정절은,
이 벼룩이 죽어 그대 생명이 사라진 정도.
“남녀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벼룩을 통해서 풀어낸 시”
이 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남자가 여자를 꼬시는 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시작부터 벼룩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를 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벼룩이 내 피를 빨고, 당신의 피도 역시 빨았으니, 이제 우리는 하나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피를 섞는 행위는 그리 큰 일이 아니다”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 금 더 고결한 말로 표현해 본다면, 남녀간의 관계에 있어서 중요시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에로스와 플라토닉의 개념을 끌어들여서 생각해본다면, 이 시는 보이는 대로, 플라토닉, 즉, 정신적인 고결한 사랑보다는 에로스, 즉, 육체적인 사랑을 더 추구하고 있는 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벼룩을 통해서 시종일관 여자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남자의 말을 풀어내고 이야기하고 있다고나 할까…
재미있는 것은 이 작가의 다른 시, 소인배닷컴에서 이전에 소개했던 시인, “고별사”에서는 “우리의 사랑”에 대해서 속세의 일반적인 사랑과는 다른 고결한 사랑이라고 표현하며, 몸이 떨어져있더라도 마음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시를 쓴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참 재미있다 동일 인물이 한번은 이렇게 야한 시를 썼다가, 한번은 아주 고결한 사랑에 대한 시를 썼다니…
“형식”
시 의 형식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보자고 한다면, 이 시는 iambic tetrameter와 iambic pentameter가 돌아가며 나타나고 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한 줄은 메터가 4개인 tetrameter로, 그리고 그 다음 줄은 meter가 5개인 pentameter로 나타나는 것이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첫 번째 형식상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 연별로 9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연의 마지막 줄에서는 iambic pentameter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강세 패턴은 각 연에서, 454545455의 형식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이라면, 정결한 라임을 갖추고 있다는 점, 각각 9행으로 이루어져 있는 연에서는 라임이 AABBCCDDD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두 행씩 Couplet을 이루고, 마지막 3행은 Triplet을 이루고 있다는 점, 정결한 라임을 만들어 가면서 원래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래서 시인들은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수업시간에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야한 시, 사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작품을 찾아보다 보면, 이렇게 은근히 야한 시가 많은 것도 사실이기도 하다. 역시 남녀간의 사랑은 문학으로 풀어내기에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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