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학교 도서관에 HOT BOOK 코너라는 것이 생겼다.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들을 소개해놓는 코너인데, 소위 최근에 잘 나간다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라, 대출에는 제약이 따르는 곳이다. 책에 파란색 딱지가 붙어 있는 것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한번 빌리면 일주일간은 대출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연장신청은 되지 않지만 말이다. 빨간색 딱지는 이것보다 더 심하다. 아예 대출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무조건 도서관 안에서 열람을 하고 그 자리에 다시 두어야 한다.

아무튼, 학교 도서관에 이런 코너가 생긴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도서관에 들를 때마다 한번씩 가보게 된다. 최근에 유행하는 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확인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아무래도 주로 책을 서점이 아닌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다보니, 최근 트렌드를 잘 모르게 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꽤 재미있어 보이는 제목의 책을 집어 들게 되었는데, 때마침 운이 좋게도 파란 딱지가 붙어 있는 책이었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던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이름은 상당히 많이 들어본 것 같다. 알고 봤더니, 최근에 유행을 했던 책 "IQ 84"라는 책의 작가라고 한다. 나는 아직까지는 그 책을 읽을 만한 시간적 여유를 내지 못해서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작가의 다른 책을 먼저 접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수필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짤막짤막한 글이 여러 편 들어있는 그런 것이라, 책을 읽는데도 큰 부담은 없었다. 책에 대해서 조금 더 소개를 해보자면, 이 책은 "앙앙(Anan)"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무라카미 라디오' 한 해분을 모아둔 것이라고 한다. 차례는 연재순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인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짤막한 에세이의 제목에서 나온 것인 듯 하다. 채소의 기분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수필, 그리고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소제목을 가진 수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있는 채소의 기분이라고 하는 수필은 상당히 재미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라는 영화에서 노인으로 분한 앤서니 홉킨스가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여기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면, 상당히 멋진 글귀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자아이가 되묻는다. "그런데 채소라면 어떤 채소 말이에요?" 돌발질문에 노인은 당황하며, "글쎄, 어떤 채소일까. 그렇지, 으음, 뭐 양배추 같은거려나?"하고 얼버부려 이야기가 흐지부지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용두사미식의 대화라고 표현을 했지만, 조금 더 강력한 표현을 한다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기승전병"식 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에는 글을 쓰는 목적에 대해서 잠깐 언급을 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람들이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듯이, 소설에도 마치 이런 기능이 있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상당히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아무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진정으로 제대로 된 글이 가지는 힘은 상당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 이외에도 여러가지 소소한 경험을 토대로 수필을 작성했는데, 가끔은 책을 읽다가 피식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야기도 더러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큰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짧은 수필 하나 하나마다 이렇게 삽화가 들어있었는데, 이런 삽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삽화는 오하시 아유미씨가 그렸다고 한다.

소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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