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동 '적색에서 녹색으로' "생태문학 비평집"

김욱동 '적색에서 녹색으로' "생태문학 비평집"


김욱동 '적색에서 녹색으로' "생태문학 비평집"

정말 인문학도로서 부끄러운 점이 많다. 비록 편입이라는 길을 통해서 인문학을 전공하게 되었지만, 여태까지 한번도 비평서를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이전까지는 비평서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으니, 정말 인문학도로서 자질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곧 학부생을 마감하는 시점인데, 이제서야 이런 비평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접해보게 되다니, 참으로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4학년 2학기, 남들은 취업준비한다고 이미 바쁜 상황이지만, 마지막까지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취업보다는 학교 수업이 우선이었다. 그러다보니, 취업에 있어서 슬슬 압박을 받는 편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과거를 회상해볼 때, 학교 다닐 때 이런 것들을 좀 해뒀으면 하는 후회를 하느니,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나중에 후회의 눈빛으로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낫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과제를 하기 위함이었다. 김원중 교수님의 "생태문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는데, 학기 마지막 과제로 "우리가 배운 시 중에서 한국의 생태시인과 미국의 생태시인의 시를 하나씩 선정해서, 그 시에 드러난 시인 생태적 사유와 특징에 대해서 적어오라는" 과제였다. A4용지 2페이지 분량만 채우면 되는 과제였지만, 그러한 글을 한번도 써보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보고 분석하고, 어떻게 작성해두었는지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찾아서 보게 된 것이다.

"김욱동" 교수님이 대해서는 사실 잘 알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한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여태까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 책 앞 장에 사진이 하나 실려 있어서 이제는 얼굴은 확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이 책이 친근감이 드는 이유는 예전에 다른 과제를 할 때 이분이 쓴 책을 한번 읽어본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책은 철저하게 "환경", "생태문학"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첫 부분에서는 타이타닉을 통해서 환경 문제를 한번 찾아보는 시각을 가지고, 타이타닉을 지구에 비유하며, 이야기를 매끄럽게 전개해 나간다.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생태 시"를 소개하며, 이 시가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어떤 측면에서 생태시라고 볼 수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시인은 이 시를 썼을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매끄럽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스위스의 언어학자가 주장한 언어의 "기표와 기의는 임의적이고 관습적이다."라고 하는 주장을, 우리나라 생태 시를 소개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하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말의 "나무"라고 하는 것은, 영어의 "tree", 일본어의 "키", 중국어의 "슈무(树木)" 등에 비해서, 기표(소리)와 기의(의미)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나무'라는 말만 들어도 하늘을 향하여 곧게 서 있는 푸르른 나무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환경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시를 현재의 상황과 연관시키며 환경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계속해서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잘 쓴 생태시와 약간은 아쉬운 생태시에 관해서도 비교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어떠한 쪽인가를 제시하는 측면도 흥미로웠다. 미국의 비평가 "수잔 손탁"은 예술이란 강간이 아니라 유혹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예술의 힘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끌어당김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보면, 오규원 시인의 동시집 "나무속의 자동차"에 실린 "길"이라는 작품에서는 앞으로 녹색문학이 나아가야할 길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하늘에는
새가
잘 다니는
길이 있고

그리고 하늘에는
큰 나무의 가지들이
잘 뻗는
길이 있다

...

생태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 더 넓은 범위에서는 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
예술이 나아가야할 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월든"의 저자로 유명한 헨리 데이빗 소로우에 대한 글이 등장한다.
역시, 생태문학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에 상당히 흥미있게 읽은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소로우의 작품을 한번 접하고 나서 글을 읽으니 글이 더 눈에 잘 들어오는 효과를 보았다고 해야하나...

처음으로 읽어본 비평서이지만, 좋은 글을 읽게 되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덕분에 많은 사색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소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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