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라디오 전국일주 녹음
블로그를 하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기는 것 같습니다. KBS 방송국에서 연락을 받은 것이지요. 청취자가 추천하는 뻔뻔한 여행지라는 코너에 출연을 해달라고 한 것인데요. 덕분에 이렇게 나름 열심히 원고를 작성하기도 하고, 편집된 대본을 가지고 읽어보면서 연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7일, 여의도에 있는 KBS 방송국에 다녀오게 되었지요.
"여의도에 있는 KBS 방송국이라... 거의 10년 만에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KBS 방송국이라니, 이 곳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때가 아마도 군대를 막 전역한 시점이 아닌가 싶은데요. 당시에 KBS에서 하는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을 한 번 방청했었던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녹화가 상당히 늦게까지 진행이 되어서 난감했었던 기억이 있기도 하지요.
그때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서 호응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직접 제 목소리를 녹음하고, 그것이 방송에 나간다고 생각을 하니 어떻게 생각해본다면 완전히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방송국에 도착했고, 라디오 방송이 진행이 되는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녹음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나운서들이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평소에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전혀 없는 소인배닷컴이었던지라, 당연히 자리에 앉자마자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바로 녹음으로 들어가니 더욱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읽으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직접 녹음을 하게 되니 그것도 잘 안 되더군요.
발음이 새기도 하고, 발음이 틀리기도 하고, 발음이 뭉개지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것들이 일어났습니다. 동시에 머리 속도 복잡해졌고요. 그러면서 아나운서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날, 전체적으로 제가 가진 문제점은 제 목소리의 기본 톤이 너무 저음이라 내용이 조금 처지게 들린다는 것, 그리고 다른 문제점은 빨리 읽는다는 것, 이 두 가지가 큰 문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의식하고 톤을 조금 더 높여보려고 했지만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도 속도 조절은 의식을 할 때는 되는데, 대본을 읽다가 긴장이 풀리면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가면서 NG 연발. 그래서 총 10간의 방송 분량을 녹음하는 데만도 1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 KBS 건물 안에서
"40분간 스튜디오를 빌렸지만, 다 못해서 옆방으로 가서 20분을 더 하게 되었네요."
아마도 담당 PD님은 40분 정도면 녹음하는데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40분간만 스튜디오를 빌렸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시간이 다 되어도 끝내지 못해서 저희는 결국 비어있던 옆에 있는 스튜디오로 들어가서 20분 정도 녹음을 더 하고 끝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비록 긴장을 많이 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일이 진행이 되면서 긴장도 조금씩 풀리면서 나름 재미를 느끼기 시작할 무렵 녹음이 끝나버렸습니다. 정말 감질나는 느낌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도, 이번 계기로 예전에는 "내가 절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이라고 선을 그어버렸던 것을 이렇게, 짧은 시간이나마 경험을 해보고 거기에서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 중요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20대 때에는 "제가 스스로 선을 그어서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돌아보니, 제가 생각한 특정한 방향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중에 이렇게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20대와 그 이전 시절에는 "왜 나는 안된다고."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기도 합니다.
특별한 경험으로, 예전의 저와 지금의 저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었다고 할까요? 요즘 바쁜 직장생활로 인해 여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한데, 다시 힘을 내고 정신을 차려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 날짜는 6월 중이라고 하는데 아직 정확히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 날 녹음한 내용은 6월 중으로 방송에 나간다고 하는데요. 정확한 날짜는 다시 알려주신다고 하니, 기다려 보면 언젠가는 제가 녹음했던 그 분량이 방송에 나가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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