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필리버스터”
2016년 초반 우리나라에서 테러방지법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신경전을 벌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야당은 여당의 테러방지법 통과를 앞에 두고 필리버스터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이 테러방지법 통과를 앞두고 진행한 필리버스터 덕분에 “필리버스터”라는 용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필리버스터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이러한 필리버스터는 무엇일까요? 필리버스터는 국회에서 혹은 의회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다수당이 수적 우세를 이용해 법안이나 정책을 통과시키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소수당이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필리버스터의 행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요. 주로 “무제한 토론”을 요구하면서, 매우 긴 시간 동안 발언하거나, 회기 진행을 늘어뜨려 시간을 소모하거나, 표결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필리버스터의 어원?”
필리버스터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이는 바로 사략 해적을 의미하는 네덜란드어 “VRIJBUITER”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어에 익숙하지 않았던 영어 사용자들은 이를 “FREEBOOTER”와 비슷하게 읽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FREEBOOTER”라는 단어가 영어에서 생겨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스페인으로 건너가게 되면서,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이를 쉽게 읽을 수 없는 수준이 되어 이것을 “FILIBUSTERO”라는 단어로 바꾸게 되었고, 그 의미는 “해적, 용병”이라는 의미로 쓰였다고 합니다.
이후, 다시 이 단어는 영어로 들어오게 되었고, 그래서 “필리버스터(FILIBUSTER)”라는 단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 단어는 최초의 어원과 마찬가지로 “해적”이나 “무허가 용병 단체” 등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였는데요.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켄자스-네버레스카법(KANSAS-NEBRASKA ACT)” 의결 당시에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인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 원래는 해적을 의미했던 필리버스터
“우리나라의 필리버스터는?”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의 국회법에 따라서 오로지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리버스터 도중에 자리를 비우는 것은 허용이 되지 않고,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을 하는 것도 금지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경우와는 다소 다른 모습인데요. 미국의 경우에는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을 해도 무관하기에 간혹 성경책을 읽는다거나, 셰익스피어 등의 문학 작품을 낭독하면서 시간을 벌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한,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도 허용이 되는데요.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을 가는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다고도 하지요.
△ 김대중 전 대통령
“우리나라 역사 속의 필리버스터”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필리버스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시기인 1964년 4월 21일 임시국회 때 자유민주당의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서 연설한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당시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서 5시간 19분 동안 원고도 없이 쉬지 않고 발언을 이어나갔는데요. 당시 기록에 따르면, 동료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왜 처리하면 안 되는가에 대한 주제 안에서만 5시간 동안의 연설을 이어나갔다고 하지요. 김대중 의원의 이 필리버스터는 결국 유효했고, 체포동의안 처리를 무산시켰습니다.
다른 필리버스터로는 2016년 2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서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오랜만에 필리버스터가 우리나라의 역사에 등장했습니다.
이 필리버스터는 5시간 34분 동안 발언을 이어간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은수미 의원, 정청래 의원, 진선미 의원 등의 다양한 의원들이 테러방지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갔습니다. 무려 38명의 의원이 참여한 이 필리버스터는 192시간 25분 동안 계속 진행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필리버스터”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러한 필리버스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과거 로마시대에도 연설로 필리버스터를 한 사례가 있기도 하지요.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재미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답니다.
이미지 맵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