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생의 이야기 6 "성균관대학교 편입 시험"
"1월 6일 목요일"
내일 있을 성균관대 시험을 준비해야 하기에 형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형은 출근을 했고, 난 혼자서 집에 있다.
어제 잠도 많이 못 잔 상태에서 시험을 보고 와서 그런지, 좀 피곤하기도 하고 집중도 잘 되지 않는다. 그냥, 오늘은 단어나 조금 보고, 저녁에 마지막으로 남겨둔 작년 성균관대 기출문제를 풀어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시험의 준비의 마무리는 역시, 가장 실전과 같은 문제가 제일 좋은 것이니 말이다.
작년 기출문제를 풀어본다. 이번에도 역시나, 50문제 중에 30문제밖에 맞추지 못한다. 내일은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을 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저녁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형과 맥주를 한잔 마시고, 게임도 하고 잠에 든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새벽 2시가 넘어서 잠에 든다. 오늘도 자기 전에 형이 묻는다.
"내일 시험 치러 갈 거냐?"
"성균관대학교 편입시험"
1월 7일, 성균관대학교 시험이 있는 날. 오늘도, 이틀 전과 마찬가지로 분당에서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를 타고 간다. 오늘은 오후 시험이기 때문에 집 근처에 있는 뚜레쥬르에 들러서 빵을 사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점심을 해결한다. 오후에 타는 버스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다. 덕분에 자리는 많다. 뒷자리에 앉아서 여유 있게 눈을 감는다. 그래도 이틀 전에 한번 가봤던 곳이라, 걱정이 덜되는 편이다. 고작 한번 가봤다고, 좀 더 여유가 생겼나 보다. 오늘도 "서울백병원, 중앙극장" 정류장에서 딱 맞게 눈을 뜨고 바로 버스에서 하차한다.
1월이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꽤 추웠다. 그저께와 마찬가지로 지하철로 환승을 하러 걸어간다. 하지만 오늘은 지하철을 타는 방향이 반대다, 어제가 왼쪽으로 갔다면, 오늘은 오른쪽으로 가서 탄다. 을지로 3가 역이었을 거다… 2호선 탑승 후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으로 간다. 그리고 거기에서 4호선으로 환승을 하기 위해서 기다린다. 예전에, 고등학교 3학년 때 들었던 말이 기억이 난다.
"2호선 타야 한다."
하지만, 성균관대는 4호선 혜화역이다. 괜히 아무것도 아닌데 뭔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지하철에는 오늘 나와 같이 편입시험을 치러 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성균관대는 편입을 준비한 사람들 대부분이 지원을 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아마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편입시험 과목으로 편입영어와 편입수학을 채택하고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역은 혜화, 혜화 역입니다. 제빵샤오마 혜화, 혜화 쫭…"
4호선 혜화역에서 하차를 하니, 많은 인파로 붐빈다. 아마도, 대부분이 오늘 시험을 치러 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여전히 날씨는 춥다. 4호선에서 성균관대 방향이라고 쓰여있는 4번 출구로 나온다. 이번에는 그저께 있었던 연세대학교 편입시험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연세대 편입시험은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면, 성균관대는 각 학원가에서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고 나와서 길도 안내해주고, 먹을 것도 나눠주고, 응원도 해준다. 상대적으로 활기찬 느낌은 든다.
물론, 시험을 치러가는 수험생들의 얼굴은, 활기차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괜히 다시 고3 수능시험을 칠 때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뭔가 오늘은 정말 시험을 치러 가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실, 오늘은 혜화역에서 성균관대로 어떻게 가는지 알아보고 오지 않았다. 그냥,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다 길을 안내해주는 표지판이나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오늘은… 딱히 그런 것들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기만 해도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혜화역 지하철 4번 출구 앞, 그리고 성균관대 입구 사거리 앞, 그리고 성균관대 정문 앞, 학교 안 등등… 적절한 간격으로 각 학원가에서 나온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응원을 해주고, 격려도 해준다. 이게, 대학교인지 학원인지 사실 잘 분간이 안 간다. 학교에서 이런 걸 해주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학원가에서 나온 사람들이 학교 안까지 들어와서 그러고 있으니, 뭔가 생소하기도 하다. 성균관대 정문을 통과해서, 학교로 걸어 올라간다. 성균관대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라서 그런지 학교 벽에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캠퍼스는 생각보다 좁았고, 학교는… 말 그래도 산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실, 예전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성균관대 이미지는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성균관대는 인문사회과학 캠퍼스와 자연과학 캠퍼스 2개로 나누어져 있다고 했다. 아마도 내 기억 속에 있었던 성균관대의 이미지는 수원에 위치한 자연과학 캠퍼스였을 것이다. 꽤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등산(?)을 했더니,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언덕을 오르고 오르니, 오늘 시험을 칠 잘소인 퇴계인문관으로 가는 길이라고 쓰여있는 이정표가 보인다. 금잔디광장을 거치고, (그때는 이게 금잔디광장 인지도 몰랐다.) 경영관을 거쳐서, 오늘 내가 시험을 치를 장소인 퇴계인문관에 도착을 한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시험장은 무려 6층에 있었다.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엘리베이터는 탈 생각조차 하지 않는 편이 나아 보였다. 힘겹게 힘겹게 올라가니, 시험장에 입실이다. 아직 꽤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은 탓에 벌서 배가 고파온다. 배가 고프면,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걱정이 몰려오지만, 딱히 뭔가를 사 먹을 만한 곳도 없는 상황이고 애매하다. 자판기에서 커피나 한잔 뽑아서 마신다. 그걸로라도 배를 채워야 할 것 같아서였다.
성균관대의 건물은 꽤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 없었다. 보통 인문대학의 건물은 썩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기는 인문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시설을 보여주었다. 예전에 내가 주로 공부하던 경북대학교의 인문대 건물은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건물이었는데 말이다. 시험 직전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생각이 들어온다. 이것 참, 내가 이런 곳까지 와서 시험을 치다니,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상황인 것 같다.
'시험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녀석이 이런 600년의 전통이 있는 대학교에 와서 시험을 치다니…'
뭔가 홀가분하기도 했고, 연세대학교에서 시험을 칠 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서 시험을 치는 것 자체로 내게는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실에 입실한다. 감독관이 들어온다. 내 자리로 배정된 자리는, 가장 뒷자리였다. 가지고 온 소지품을 앞뒤로 내놓으라고 해서 바로 뒤에 놓고, 시험 준비를 마친다.
감독관의 수험생을 대하는 태도는 연세대학교에 비하면 뭔가 되게 거칠었던 기억이 난다. 말 그대로 수험생으로 대하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수험생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시험지가 배부된다.
시험이 시작된다. 시험지를 받아서, 첫 번째 문제를 풀어본다.
'어? 어휘 문제 총 10문제 중 잘 모르거나 애매한 어휘가 1개 정도밖에 없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어휘 문제를 풀어냈다.
'어? 이번에는 문법도… 딱히 어려운 것이 없다…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번에도 문법 문제 10문제 정도를 큰 어려움 없이 풀어냈다.
'이거 출발이 너무 좋은데? 마지막까지 한번 최선을 다해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그래도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고작 1/3 정도밖에 풀지 않은 상황이니,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독해 문제뿐인데, 상대적으로 나는 독해에 강한 편이 아니었다. 쉽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심지어는 지문을 2-3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거의 안 되는 지문도 있었다. 그런 지문에 있는 문제는 내가 유추할 수 있는 문제만 풀고 어쩔 수 없이 가장 정답에 가까울 것 같은 보기를 찍었다. 그렇게 총 50문제를 풀어냈다. 문제를 다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약 30분이 남았다. 이제 긴장이 풀려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아까 헷갈리던 지문을 다시 여러 번 읽어본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안된다.
이제 시간은 20분 정도 남은 상황...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서 와서 시험도 쳤고, 문제도 다 풀었고, 제출할 답안지에 마킹도 끝났고... 모든 것이 끝났다. 시간은 남았는데, 어차피 더 이상 문제지를 본다고 해도 진척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여유 있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하고 여기저기 둘러본다. 내 자리 바로 오른쪽 편에서 시험을 보던 분은 꽤 나이가 많이 드신 분이었다. 50대는 너끈히 되어 보이시는 분이었는데, 대학교에 와서 편입시험을 보고 계셨다. 마지막까지 시간이 모자라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셨지만, 배움의 열정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시험이 끝난다는 의미의 종이 울린다. 오늘 시험은 끝이 났다.
오늘 시험에는 연세대학교에서 본시험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기에, 이번에도 학교 구경을 좀 하다가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없는 길을 통해서 여기저기 구경을 좀 해보고, 내려가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내일 서강대학교 시험 예상문제입니다! 받아 가세요!"
각 학원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로 보이는 분들이 내일 있을 서강대학교 편입시험 예상문제를 나누어 준다.
난, 이제 남은 편입시험은 경북대학교 하나뿐이라, 서강대학교 문제는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받지 않았다.
그냥, 도서관 앞에 있는 계단 쪽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인파를 보고 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그만큼,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소리일 것이다.
오늘 시험은 물론, 잘 본 것 같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사실 이전에 여러 번의 공무원 시험을 치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이었다. 공무원 시험에서도 시험을 잘 쳤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가 많았지만, 결국은 탈락을 했었기 때문이다. 시험장에는 항상, 나보다 더 날고 기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아… 정말 발렸어…"
"그거 뭐냐? 헬리콥터 나오는 지문… 아, 그거 때문에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내일, 서강대나 잘 쳐야겠다…"
"제발 경희대만이라도…"
"…"
여기저기서 푸념 섞인 대화가 들려온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자, 나도 이제 슬슬 빠져나간다. 기껏 서울까지 왔는데 만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어차피 떨어질 시험, 괜히 멀리서 올라와서 돈만 허공에 뿌려주고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된 것, 성균관대 주변을 좀 구경을 하다가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지도를 봤더니, 마로니에 공원이 보인다. 꽤 유명한 곳인 것 같으니,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마로니에 공원이다.'
다음 지도에서 마로니에 공원을 검색해서 가는 길을 찾아서 걸었다.
'여기가 대학로구나… 역시 대구와는 뭔가 다른 것 같기도 하네…'
사람들도 붐비고, 1월, 겨울의 날씨와 이미지가 겹치면서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들어왔다. 걷다 보니,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했다. 마로니에 공원에는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줄 알았으나… 실상 가보니 아무것도 없다.
'이게 대체 왜 유명한 거야…'
다시 다음 지도 어플을 이용해서 지도를 본다. 아까 성균관대 옆에 창경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다시 학교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창경궁부터 가는 건데…' 왔던 길을 다시 걷고 걸어서 창경궁 방향으로 걸어간다. 창경궁에 거의 다다랐을 때, 동보 형님께 전화를 한번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걸어본다. 하지만, 이번에도 받으시지 않는다. 아마 일 때문에 바쁘시기 때문인 것 같았다. 잠시 뒤, 전화가 온다.
"그래~ 강현아. 시험은 다 쳤나?"
"네, 방금 성균관대학교 시험 끝나고 학교 바로 옆에 창경궁이 있어서 한 번 구경 가려고 생각 중입니다."
"그래, 잘했다. 시험은 어떻드노? 할 만 하드나?"
"네, 연습할 때보다는 잘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한테 쉬웠으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쉬웠을 거니 결과는 기다려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대구에는 언제 내려오노?"
"아마 내일쯤에 내려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오늘은 시험도 끝난 김에 서울 구경이나 좀 하다가 내려가야겠습니다."
"그래~ 어차피 올라간 김에 좀 쉬고, 서울구경도 하고 오면 일석이조지, 구경 잘 하고~ 대구 내려오면 연락해라 식사라도 같이 한 끼 하자."
"네, 알겠습니다. 형님도 고생하십시오."
"그래~ 대구에서 보자~"
전화를 끊고 창경궁 관람을 하려고 창경궁으로 걸어간다. 하지만, 겨울이라 관람시간이 끝나기까지는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어차피 남는 시간에 여기저기 발 닿는 대로 무작정 걷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걷고 걷고 하다 보니, 처음 보는 곳을 지나기도 하고, 모르는 길을 향해 가고 있지만, 괜찮다.
나한테는 스마트폰이 있으니, 배터리만 떨어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지도 어플을 사용해서 내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슬슬 배가 고파온다. 간단하게 근처에 있는 KFC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로 요기를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이번에도 아침에 버스에서 내렸던 곳, "중앙극장, 서울백병원"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그리고, 다음 날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대구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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