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대학로 "길거리 공연"
2012년 1월 19일 저녁 무작정 기타를 메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나갔다. 사실, 집 바로 앞이 대학로이기 때문에,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처음의 계획은 오늘 사무엘 베켓(Samuel Beckett)의 "Waiting for Godot"이라는 작품을 다시 읽었기 때문에 근처 카페에 가서, 그 작품에 대한 글을 한번 써볼 생각이었다.
"오래간만에 포근했던 서울, 겨울의 날씨"
하지만, 내 마음을 바뀌게 만든 건 바로 포근했던 오늘 날씨였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따뜻한 날씨가 찾아와서 한번 나가보고 싶었다. 아니, 평소에도 가끔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는데, 나도 언젠가는 한번 저렇게 공연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만 해왔었다.
물론 공원에 도착을 하면, 또 부담감이 앞서서 그저 산책만을 하다가 올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한번 기타를 들고나가 본다. 물론, 기타를 들고만 나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걷기만 하다 돌아올 경우에 대비를 해서, 글을 쓸 노트북도 함께 들고 말이다.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아르코 예술극장 앞
"2012년 겨울,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을 한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마로니에 공원에는 이미 누군가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도 앰프를 들고 와서 말이다.
"생목으로 앰프에 대항하는 것은, 그것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은 상황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온다.
어차피 먼저 와서 공연을 하고 있으니, 공연을 보고 나서 자리를 비키면 내가 그 자리에서 공연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온다. 그렇게 노래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끝날 듯, 끝나지 않을 듯 공연이 계속되고 결국 공연은 끝이 난다.
이렇게 된 것도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온다.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자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노래 잘 들었습니다." 내가 다가가며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넨다.
"아~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고..
"사실 저도 오늘 처음으로 길거리 공연 한번 해보고 싶어서 나온 거거든요." 그렇게 내가 다시 말했다.
"아~ 그래요? 처음에 하려면 많이 떨리죠? 저도 처음에 할 때 되게 긴장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처음에는 저도 앰프 없이 그냥 기타만 들고 나와서 했었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저기, 그럼 보통 처음에 공연 시작을 할 때 어떻게 하세요?" 내가 다시 묻는다.
"저는 그냥 멘트 없이 노래부터 시작하는 편이에요. 말을 거의 안 하거든요."
"그럼, 가기 전에… 저 시작할 때 잠깐만 같이 있어주시면 안 되나요?" 내가 부탁한다.
"저도 공연하시는 거 한번 보고 싶은데요. 잘 됐네요."
자리를 잠깐 옮겨서 공연을 할 자리를 선점한다. 다행히 주변에는 공연하는 팀이 아무도 없다. 아무래도 혼자서 공연을 하려고 하니 민망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이런 우군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몇몇 길을 가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물론 아무도 나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없다. 당연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첫 번째 곡은, 내가 지금 칠 수 있는 4곡 중 가장 주법이 간단한, 버스커버스커의 정류장이다. 노래를 시작했다. 길을 가던 몇몇 사람들이 멈추어 섰다. 마치,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처럼... 그렇게 내 인생의 첫 번째 길거리 공연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어떤 술 취한 아저씨가 다가왔다. 괜히 와서 방해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주목받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잠시, 노래가 중지되고...
다시, 상황이 진전되고...
길거리 공연을 시작한다.
공연이 끝나고 몇몇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정말 부족한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내게 물었다.
"언제 다시 또 오세요?"
"글쎄요..." 내가 대답했다.
그렇게, 첫 번째 짧은 길거리 공연이 끝이 났다.
"첫 번째 길거리 공연"
시간 : 2012년 1월 19일
장소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아르코 예술극장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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