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마음이 불을 밝히는 계절

겨울 속에서 피어난 축제

세상은 춥고, 밤은 길다. 나무는 잎을 다 떨구고, 길 위엔 침묵이 내려앉는다. 숨을 들이마시면 공기가 차갑게 목을 타고 들어오고, 귀끝이 얼어붙는 계절. 바로 그 한복판에서, 우리는 매년 한 번씩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눈이 오는 날이면 더 좋고, 불이 켜지는 순간이면 더 따뜻하다. 그렇게 겨울 한복판에, 빛을 피우는 축제가 크리스마스다.

 

이 축제의 기원은 멀고도 깊다.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여기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기원은 고대의 동지 축제에 있다. 낮이 가장 짧아지는 날, 사람들은 불을 피우고 노래를 부르며 어둠 속에서 다시 태어날 빛을 기다렸다. 생명의 순환을 믿고, 희망을 기원하고, 다시 시작될 시간을 상상하며 서로를 바라보던 밤. 그 마음은 형태만 바꾼 채 오늘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단지 기독교적 기념일을 넘어서, 사람들이 추위 속에서 서로를 더 가까이 끌어안는 방식이 되었다. 종교를 넘어, 언어를 넘어, 크리스마스는 각자의 문화 속에서 각자의 온기를 갖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기도의 시간이고, 누군가에겐 고향의 기억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불빛 하나에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날이다.

 

장식과 노래, 기다림의 언어들

어느 날부터 거리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창문에는 별이 걸리고, 가로수에는 불빛이 감기고, 상점마다 음악이 흐른다. 그것은 단순한 꾸밈이 아니라, 하나의 ‘기다림’이다. 크리스마스는 단지 하루가 아니다. 그것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시간의 분위기’다.

 

트리를 장식하고, 리스를 문 앞에 걸고, 쿠키를 굽고, 양말을 벽난로에 걸어두는 행위 하나하나에 마음이 담긴다. 그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 안의 추억과 소망을 꺼내 놓는 의식에 가깝다. 어릴 적 받았던 선물, 엄마가 틀어주던 캐롤, 눈 오는 날 나가 놀자고 했던 친구의 손. 그런 작은 기억들이 한 해가 끝나갈 즈음, 조용히 가슴 안에서 다시 깨어난다.

 

크리스마스는 그래서 기억의 축제다. 지금 이 순간을 예쁘게 만들려는 마음과, 오래된 따뜻함을 다시 품으려는 마음이 동시에 머무는 날이다. 단 하루지만, 그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 자체가 크리스마스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선물의 의미는 포장지보다 작다

누구나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선물을 사기 위해 오래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가격이나 크기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크리스마스의 선물은 그래서 특별하다. 그건 단지 주고받는 물건이 아니라, 그 사람을 얼마나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조용한 말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선물이 기쁨이었지만, 자라면서 선물은 때로 부담이 되고, 또 다른 해엔 깊은 고마움이 되기도 한다. 한 장의 카드, 손글씨 몇 줄, 빵 하나, 초콜릿 몇 알. 그런 작고 조용한 것들이 마음을 데우는 순간. 크리스마스는 그 작음을 통해 더 큰 감정을 전한다.

 

주기 위해 생각하고, 받기 위해 기다리는 그 행위 자체가 인간적인 연결이다. 그건 관계를 확인하는 의식이고, 아직도 내 곁에 네가 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다.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잊지 않고 있다는 증거,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 사랑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증거로서.

 

모두를 위한 축제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동시에, 크리스마스는 모든 이에게 똑같은 의미로 다가오는 날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더 외로운 날이고, 어떤 이에게는 상실을 떠올리는 날이며, 어떤 이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날일 수도 있다. 거리의 불빛은 많아지지만, 마음속 불은 꺼진 채로 한 해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어쩌면 더 조용히 서로를 돌아보아야 하는 날이다. 웃음과 케이크 뒤편에 있는 누군가의 조용한 눈빛, 파티에 오지 않은 누군가의 빈자리, 늦은 밤 거리에서 귀가하는 낯선 이의 무거운 걸음. 그 모든 장면 속에, 우리가 크리스마스에 진짜 해야 할 일이 숨어 있다. 나만의 따뜻함이 아니라, 누군가의 겨울을 덜 춥게 만드는 일.

 

진짜 크리스마스 정신은 축제가 아니라 함께 견디는 따뜻함 속에 있다. 한 사람의 온기가 또 한 사람을 데우는 일. 그렇게, 보이지 않게 연결되는 마음의 온도.

크리스마스는 돌아온다

매년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크리스마스는 돌아온다. 그건 단지 달력 속의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세운 이정표다. 우리는 그날을 기다리며 마음을 정리하고, 일 년을 돌아보며 다짐을 새긴다. 바뀌지 않는 것 같지만, 해마다 우리는 조금씩 달라져 있고, 그 속에서 크리스마스는 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아이에게는 동화이고, 연인에게는 약속이고, 부모에게는 기억이다. 누군가에겐 용기이고, 누군가에겐 이별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이다. 그렇게 크리스마스는 각자의 마음속에서 저마다의 얼굴로 피어난다.

 

한 해의 마지막을 가장 따뜻하게 덮어주는 이야기. 겨울 속에서 피는 빛. 크리스마스는 존재 그 자체로 하나의 시(詩)다.

참고자료

 

크리스마스(Christmas): 기독교의 성탄절과 전 세계적인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