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사실 이 책을 처음으로 읽게 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이다. 아마 지금부터 3년쯤 전에 이 책을 읽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났다.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갑작스럽게 이 책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던 책인 것 같은데... 분명히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도 가물가물하게 생각이 나는데, 그런데 왜 난 이 책의 표지를 본적이 없지?'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책 표지는 어떻게 생긴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리고, 내가 과연 이 책을 잃은 것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워졌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에 만들어두었던 단어장에도 "I am legend"라는 항목이 보이고...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찾아보니, PDF파일로 저장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랬다... 예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는 신분도 아니었고, 책을 사는데 충분한 돈을 소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이렇게 책을 읽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을 잃었다는 것이 확실시 되긴 했다. 예전에는 한창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던 때였던지라, 영어 원서로 이 책을 잃었던 것도 기억이 돌아왔다.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참, 이 책을 재미있게,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생소한 영어 단어는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아주 천천히, 내용을 음미하면서 읽어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아무래도 영어 원서 책을 우리나라 말로 쓰여진 책을 읽는 속도로 읽으면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 머릿속에 남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느린 읽기 속도 때문에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 드는 점도 없지 않았다.


이번에 생각이 난 김에,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에도 영어 원서로 빌려서 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학교 도서관에는 한글 번역본밖에 없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PDF 파일이 아닌, 표지까지 확실하게 있는 종이로 된 책이었으니, 읽기에 훨씬 수월했다.

책의 뒤표지에는 스티븐 킹이 이런 말을 남겼다고 적혀있었다. "나는 바로 이 작품을 읽고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다."
사실, 내가 스티븐 킹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스티븐 킹의 창작과 글쓰기에 관한 책인 "유혹하는 글쓰기" 영어로는 "On Writing"이라는 책을 예전에 읽었던 적이 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이 책을 보면서 저런 글귀를 접하게 되니, 스티븐 킹이 왜 이 책을 읽고 저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대충 이해가 갔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On Writing,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좋은 글은 간결하면서도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묘사가 너무 정밀해도 안되고, 너무 대충해도 안되는 정말 중도에 딱맞는 그 정도의 묘사와 속도감, 이 책에서는 정말 그 중도를 정확하게 잘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에 관해서도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기본적인 배경 설정은 이러했다.
책 뒷표지에도 쓰여있는 글인데, 그대로 옮기면 이러하다.

핵전쟁 후,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병으로 인해 세상은 흡혈귀로 뒤덮인다.
그리고 한 남자만이 살아남았다.
낮에는 시체들에 말뚝을 박고, 밤이면 깨어난 흡혈귀들과 죽음을 건 혈투를 벌이는 지구 최후의 남자 로버트 네빌
지금 그의 전설이 시작된다.

책은 로버트 네빌의 시점으로 진행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살황에서 주인공의 고독한 상황이 잘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극심한 외로움에 치를 떠는 장면, 흡혈귀를 사로잡고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지 거의 1년만이라고 생각을 하는 점, 그리고 소설 중간에 갑자기 나타난 살아있는 강아지에 빠져드는 장면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았다. 아마도, 글쓴이 자신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겪어보지 않았다면, 이렇게 묘사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아무래도 이러한 이야기가 담긴 글이나 영화를 보게 되면, 홀로 남은 주인공의 영웅적인 행각을 예상하면서 책을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제목이 "I am legend." 나는 전설이다라는 제목을 가진 것도 한몫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반전이라고 할만한 정도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무엇이 정상적인 것인가?"에 관한 질문을 우리에게 한번쯤은 하게 만드는 그런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Normalcy was majority concept, the standard of many and not the standard of just one man.
정상적이라는 것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 하나를 위한 것이 될 수는 없다.

아마도 이 부분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가벼운 공포 소설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공포 소설처럼 생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것...

다시 책의 제목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하면, 제목에 있는 '전설' "Legend"는 크게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말 그대로, 영웅적인 의미에 가까운 "전설"이라는 의미,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미 없어져버린 과거의 것 이라는 "전설"의 의미. 이러한 작품의 제목 자체에서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그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마치 토마스 핀천의 소설 "Crying of Lot 49"과 닮아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무려 3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이 소설이 무려 3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나는 전설이다'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 이전에 2편의 영화가 이미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이 잘 모르는 것이, 상당히 예전에 만들어지기도 했고, 제목도 다른 제목으로 나왔기 때문이며, 실망으로 가득한 영화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전에 영화로 만들어 진 두 편은, 1964년에 "지구 최후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가 되었고, 1971년 "오메가 맨"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사실,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도, 원작과 비교해서 본다면 어쩌면 전혀 다른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배경만 비슷할 뿐, 스토리 전개상으로 같거나 비슷한 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영화가 볼만했던 점은, 외로움에 대해서 영상으로 잘 표현을 해냈다는 점이 있다는 것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아무튼, 예전에 읽어본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예전에 읽으면서 보지 못했던 것이 다시 한번 읽어보니 눈에 들어오기도 하는 듯 하다.
여전히 부족한 식견이지만...

이 책에는 "나는 전설이다" 외 짧은 단편 소설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었다.
총 457 페이지 중, 222페이지까지가 나는 전설이다에 관한 내용, 나머지는 나중에 시간이 허락되면 한번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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