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 이야기 "서울 한복판에서 6년 전 알게 되었던 핀란드 친구를 만나다."

펜팔 이야기 "서울 한복판에서 6년 전 알게 되었던 핀란드 친구를 만나다."


펜팔 이야기 "서울 한복판에서 6년 전 알게 되었던 핀란드 친구를 만나다."
 
2012년 3월 17일 마지막 펜팔 이야기를 끝으로 더 이상 이 카테고리에 글을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다시 글을 쓸 일이 생겨버리게 되었습니다. 약 2008년경, 제가 펜팔을 거의 처음으로 시작할 무렵에 알게 된 친구를, 약 6년이 지난 2013년 4월에 서울 한복판, 대학로에서 우연히 만나보게 되었던 것이죠.
 
이 친구와의 인연은 수년간 온라인에서만 이루어졌습니다. 같은 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타이밍이 어긋나버렸기 때문이죠. 제가 성균관대학교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인 2011년 제가 학교로 들어오기 한 학기 전, 이 친구가 성균관대로 교환학생을 왔다가 다시 모국인 핀란드로 돌아가게 되어 버렸던 것이죠. 이런 식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어긋나면서 온라인으로만 가끔 생사를 확인하는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최근 다들 삶이 팍팍해지면서 바쁘게 살아야 했으니 말이죠.
 
그나마 온라인으로나마 이렇게 간헐적으로나마 오랜 기간 연락을 하면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페이스북이라는 매체에 가입을 하고 친구 추가를 해두었다는 점입니다. 강제적으로 뜨는 타임라인, 뉴스 피드를 통해서 서로 알기 싫은 정보도 봐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최소한 이름은 잊어버리지 않으면서 지내는 정도는 된 듯 하네요.
 
사건은 2013년 4월 14일에 벌어졌습니다. 저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던 시기였는데, 비록 인턴직이지만, 첫승의 기쁨을 맛보고, 오랜만에 마음 편히 주말을 여유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학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같은 시각, 핀란드 친구 마리 역시 대학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아마 혼자였던 듯 합니다. 원래는 서울 여러 곳곳을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할 계획을 세웠지만, 친구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혼자서 이 곳 저 곳을 둘러보고 집에 가기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인지 대학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듯 합니다.
 
마리는 대학로에 있는 카페루왁이라는 카페에서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렸고, 같은 시각 다른 카페에 있던 저는 페이스북을 뉴스 피드를 통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가까운 곳에 있다고 알립니다. 마리가 휴대폰으로 무료 무선랜을 잘 잡지 못해서 댓글로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학로에 있는 영삼성라이프까페 앞에서 보기로 하고, 그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사실, 댓글에 쓰여있는 정황으로 볼 때, 이미 혜화역을 통해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음에 다시 대학로에 오게 되면 연락을 달라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만, 제 댓글을 보고 혜화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더군요. 다음 답장이 올 떄까지… 아무튼 그렇게 힘겹게 수년만에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는 몇 번 대화를 해봤지만,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만나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실 긴장 반 기대 반이 되는 상황이 될 수 있었습니다만, 워낙 갑작스럽게 만난 상황이라 그런 감정을 느낄 여력도 없었던 듯 하네요. 자연스럽게 만나기로 한 장소로 달려가서 그냥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영삼성라이프 까페 직원들에게 소개를 해주고, 인생은 참 재미있는 거야, 그래서 더 오래 살아봐야겠어 라고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영삼성라이프까페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연유로, 다시 우리나라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공통의 관심사 언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리는 지금 YMCA 봉사단체 일로 우리나라에서 머물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하는 일은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역사를 원래는 영어로 설명해야 하는 것인데, 마리가 한국말을 잘 하다 보니, 학생들이 자꾸 한국말로 해주기를 바란다는 그런 약간은 난감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메탈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런 노래를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그래서 특단의 조치로 같은 과 동생이면서 메탈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동생을 연락해서 불러냈습니다. 두 친구는 공교롭게도 같은 연도에 태어난 동갑, 게다가 음악적 취향이 같아서인지 이야기가 잘 통하는 분위기더군요. 메탈음악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저는 열심히 듣다가 곧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서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다음에 셋이서 다시 만나기로 기약하고 헤어졌습니다.
 
예상치도 못했는데, 이렇게 서울에서 핀란드에서 날아온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일이 생기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 인 듯 합니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과거의 제가 지금 이런 삶을 살고 있을 지, 생각이나 해봤겠습니까… 죽을 때까지 대구를 못 떠나고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 살고 있는 제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게다가, 무려 6년 전에 알게 된 온라인 친구를 현실에서 만나게 될 줄은 또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셋이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탓인지, 함께 찍은 사진 하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이런 건 귀찮더라도 미루지 않고 꼭꼭 찍어서 간직해두어야 하는 것인데 말이죠.


소인배

Since 2008 e-mail : theuranus@tistory.com

    이미지 맵

    작가의 말/연재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