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생의 이야기 13 "이 나이에 재수학원?"

이적생의 이야기 13 "이 나이에 재수학원?"


이적생의 이야기 13 "이 나이에 재수학원?"


"2월 14일, 월요일"


집에서 대구에 재수학원은 어디가 좋은지에 관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기도 하고, 주변에 잘 알만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다 보니, 자연계는 대구에서 '송원학원'이 가장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우선, 학원이 어디 있는지 한 번 대충 약도를 보고, 시내로 나간다.


맥북 팜레스트도 깨진 지 오래되었는데, 여태 시험 준비다 뭐 다해서 고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험을 치고 나서 접수를 해두었는데, 부품이 도착했다고 아침에 연락이 왔었다. 그래서 시내로 가는 길에 맥북을 맡겨두러 가는 길이었다. 애플스토어에 들러서 맥북을 맡기고, 학원으로 향한다.


직접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편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간 후, 반월당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을 한다. 학원은 수성구에 위치하고 있었고, 2호선 '수성구청'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1시에서 2시쯤 된 시각, 학원에 도착을 했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학원 개강 첫날이었다. 덕분에 학원은 어린 학생들로 붐볐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나이에 학원에 재수학원에 다니자고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끄러운 일이었는데, 하필이면 학생들이 많은 시간에 와버리니,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상담은 받고 가야 할 것 같은데… 과감하게 들어가서 상담을 받아보려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상담을 받고 있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 상담이 끝나고, 상담을 하고 계시던 분에게 말을 걸어본다.


"들어와서 앉으세요." 하고 상담을 하시는 분께서 말한다.


민망하고 뻘쭘하지만 들어가서 기다리니, 상담 선생님이 오시고, 어떻게 왔는지에 관해서 물어본다. 내가 재수를 하겠다고 하자, 왜 지금에서야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물어본다. 여태까지의 자초지종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잘 왔다고 한다. 어차피, 약대 진학을 함에 있어서 출신학교 이름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묻는다.


"수학은 잘 하나?"

"아뇨, 고등학교 때도 수학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수학을 안 한지 8년도 넘은 것 같습니다."

"그럼 좀 힘들 수도 있을 건데…"

"네, 그것 때문에 제일 고민이 됩니다."

"그럼, 우선 연고대반에 들어가서 한 번 해보자. 담임선생님이 수학 선생님인 반에 넣어주면 아마 도움이 많이 될 거야. 진만영 선생님이라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형이 있거든 그 형 반에 넣어줄게."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수학을 준비해서 되긴 될까요?"

"어느 정도까지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수학 전혀 못하던 얘도 한 1년쯤 하니까 3등급은 나오더라고, 우선은 한번 해보자."

"네, 그런데 현실적인 질문을 좀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여기 학원비랑 그런 것들은 얼마 정도나 합니까?"

"잠시만, 내가 가져다줄게." 상담하시던 선생님이 말씀을 하시고, 프린트물을 가져다준다. 거기에, 학원비와 기타 급식비 등에 관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연고대반이라, 학원에서는 수준별로 분반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자연계열의 경우 주로 수학을 기준으로 분반을 하는 것 같았다. 수준별로 서울대특반, 서울대반, 연고대반 순이었는데, 내가 연고대반으로 간다는 건, 한 마디로 꼴찌 반에 들어간다는 의미였다. 우선 집에 가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해봐야 하기도 했고,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하기도 했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물품도 구입을 해두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오늘은 확실하게 결정을 잘 못할 것 같습니다. 집에 가서 어머니랑 이야기도 해봐야 하고…"

"그래, 그래, 우선은 마음을 먹고 오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1주일쯤 여유를 가지고 한 번 생각해봐."

"네, 그런데 오늘부터 개강이면, 1주일 동안 진도 나가는 거 아닌가요?"

"음… 그렇기는 한데, 어차피 진도는 천천히 나가니까, 크게 문제는 없을 거야, 수업 진도보다는 마음 상태가 중요하니까 정리할 거 다 하고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 조만간 다시 보자."


학원에서 나와서 우선은 경북대학교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에서 아는 경북대생의 사물함을 빌려서 같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거기에 보관했던 책과 짐들을 다 가져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양이 너무 많이서 한 번에 가져가기에는 힘들어서, 이틀 정도 걸쳐서 집으로 가져가야 할 것 같았다. 일부의 책을 집으로 가져온다. 집에는 때마침 어머니가 계셨다. 학원에 나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설날에 형과 셋이서 이미 어느 정도는 이야기를 해 둔 상황이라,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는 듯했다. 그래도, 학원비며, 교재비, 교통비 등등 돈이 꽤 많이 것이라, 걱정을 많이 하시는 듯해 보였다.



△ 함박눈이 내렸던 대구의 풍경


"2월 15일 화요일"


일어나서 어제 입고시켜두었던 맥북을 찾아오고, 시내에서 자명종과 다이어리를 구입한다. 평소에는 공부시간과 계획을 노트북에 적어두었는데, 이번에 학원을 나가게 되면 노트북을 들고 다니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이어리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다이어리는 꽤 비싸서 고민을 했지만, 내 마지막 공부 기록을 남겨둔다는 것을 생각을 하니, 오래간만에 한 번쯤 사치(?)를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경북대학교 도서관으로 가서, 사물함에 있던 책을 마저 꺼내온다. 3-4년간 정들었던 곳인데, 떠나려고 하니, 시원섭섭했다. 전역 이후에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니 말이다… 좋은 결과를 가지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서 섭섭하긴 하다. 이제부터는 학원으로 들어가서 수능시험을 칠 때까지는 꼼짝없이 공부만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마음의 준비도 완료되었다.


소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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