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벌리 나이두(Beverley Naidoo)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OUT OF BOUNDS)'

베벌리 나이두(Beverley Naidoo)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OUT OF BOUNDS)'


베벌리 나이두(Beverley Naidoo)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OUT OF BOUNDS)'

아파르트헤이트, 아프리칸스어로 '분리'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수 백인이 다수의 반투(순수한 아프리카 흑인)와 유색인(혼혈인종)을 합법적으로 차별한 정책이다.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로 어린 시절에는 우리나라 문학을 읽었고, 대학교에 들어온 이후로는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영미문학을 자주 접하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예전에 영미시를 다루는 수업 시간에 아프리카 작가의 시를 한번 다루었던 기억이 있는데, 정확히 어떤 시를 다루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때, 아프리카 문학을 잠깐 다루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자연스럽게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이들이라는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책 만으로 보면, 가벼운 책인 것 같지만 책 속에 있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백인들과 아프리카 토착민들과 유색인들을 철저하게 차별하는 내용, 백인들을 위한 사회가 구축되는 과정, 그리고 그렇게 백인들을 위해 구축된 사회에서 평등한 사회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실제 역사가 담겨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내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투영된 역사적인 배경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책 속에는 총 7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배경은 다르다. 각각의 이야기별로 약 10년간의 시대적인 격차가 생기는 것으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모험"의 시대적인 배경은 1948년, 네덜란드계 백인들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정착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지위를 구축해나가고, 그 지역에 이미 살고 있던 토착민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서, "베로니카"라는 어린 아이의 눈으로 그러한 부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올가미"는 1955년을 배경으로 하며,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어떻게 백인, 유색인, 아시아인, 흑인을 차별하는지에 대해서 한 소년의 눈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 모습이다. 백인들에 몰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하는 한 유색인 가정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백인들이 우리를 포위했고, 우리를 울타리 안에 가두어 버렸어" 엄마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정류장의 비-백인이라는 푯말 아래서 한참을 기다렸다. ... 우리는 텅 빈 버스가 벌써 세 대나 덜컹거리며 우리를 지나,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백인 전용 버스 정류장에 정차하는 것을 봤다. 단지 몇 사람을 태우기 위해서... 내가 더 어렸을 떄, 엄마의 배달을 따라갔을 적에는 저 백인 버스 위층 뒷자리에 타는 것이 허용됐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백인과 흑인의 사이에서 나온 아이의 이야기다. 유색인과 흑인을 구분짓는 절차와 기준에 관해서, 자신이 백인의 기준에 들었을 때는 특권을 누리는 것이 가능해쏙, 유색인으로 구분될 때 역시도 어느 정도의 특권을 누렸지만, 흑인으로 구분되는 순간 모든 것을 박탈당하게 되는 그러한 모습을 한 아이의 눈을 통해서 잘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의 이야기인 "릴리, 언젠가는 릴리..."의 이야기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진실을 왜곡하고, 흑인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장면을 한 릴리라는 백인 아이의 눈을 통해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릴라의 부모들이 흑인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운동을 후원하기 위해 돕고 있따는 내용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백인 우월주의에 가득찬 사람들과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그려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이야기인 "타자기", "총", 각각 1976년, 1985년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이야기다. 흑인들이 차별의 부당함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시절이 생각이 났다. 백인 기득권 층은 흑인 시위데애 발포를 하고... 평화적인 시위를 추구하는 흑인들에 폭력으로 맞서는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총"의 이야기에서는 평화적인 시위에서 벗어나 흑인들도 점차 무기를 사용하는 폭력적인 투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독립군이 창설되며, 일본에 무력으로 시위를 했던 것과 같은 그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여섯 번째, "학교 운동장"이라는 이야기, 1995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이전까지는 흑인과 백인이 분리되어서 교육을 받고 있었지만, 차츰 상황이 개선되면서, 정식으로 흑인 교육을 차별하는 법령이 철폐되면서, 흑인들도 백인들이 다니는 학교에 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로사와 로사의 어머니는 흑인인 로사를 최초로 백인들의 학교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물론, 자연스럽게 백인 아이들이 흑인인 로사를 괴롭히려 드는 장면이 들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어린 시절 친구로 지냈던 백인 친구가 나타나 로사를 위기에서 구해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마지막 이야기, "장벽을 넘어서"라는 이야기에서는 백인 아이와 슬럼가에 사는 한 아이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서로의 부모들은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이들의 입장은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급히 물을 구하기 위해, 부유한 백인 가정의 자녀인 로한을 찾아온 빈만가에서 자란 흑인 솔라니, 로한은 낯선 사람을 들이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에 솔라니를 경계하는 모습을 취하지만, 결국 그는 문을 열어주고 솔라니에게 물을 길어가라고 허락한다. 그에 더해서 로한은 솔라니가 물통을 운반하는 것을 돕는다. 솔라니를 따라서 흑인들의 거주지역으로 들어간 로한, 낯선 환경에서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만, 흑인 거주 구역을 가까이서 눈으로 보게 되면서 무언가를 느낀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로한에게 도움을 받은 솔라니는 로한의 집까지 다시 바래다 주고... 다음 날 아침 로한은 솔라니가 몰래 두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철사로 만든 벤츠"를 확인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마지막 이야기인 "장벽을 넘어서"를 읽으면서 마음이 짠했다. 상대를 착취하고, 경계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서, 순수해 보이는 솔라니와 로한, 두 백인과 흑인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기 떄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이라는 소설이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소설도 머리 속에 맴돌았고 말이다. 어쩌면, 더블린 사람들에 비해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과 더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래도 이 책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10세 전후의 아이들로 추정되니 말이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보여주기의 방식이 더 빛을 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순수한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그들이 보이는 대로 그려내고 있는 모습이니 말이다. 분리와 갈등, 암울한 상황이 그나마 약간은 완화되어서 보이는 듯한 이유도 아마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넬슨 만델라, 평화와 화합을 주장하다.

"넬슨 만델라"라는 인물, 이전에도 이름을 몇 번 들어보기는 했지만, 사실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다. 책을 통해서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게 된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프리카 인종차별에 저항하다 27년간 투옥된 인물, 하지만 출옥하여 가장 먼저 이야기 한 것은 피의 복수가 아니라 화해였다고 한다. 그러한 외침 덕에, 과도기의 혼란을 막고 용서와 화해를 기조로 새 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들을 힘으로 억압한 상대를 용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천할 수 있었다는 것,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진정한 화합과 상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된 기회를 부여해 준 한권의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책 분야의 100번째 포스팅을 의미있는 작품으로 채워 넣게 되어서 뿌듯하다. 책을 읽고 나서 짤막하게나마 느낀 점이 있거나 기억에 남겨두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쓰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책 분야에 관한 포스팅인데, 한 권 한 권 책을 읽어내고, 하나 하나 책에 관련된 글을 쓰다보니 벌써 세 자리 수를 채우게 된 듯 하다. 앞으로도 차근차근 글을 채워 나가서, 좋은 책을 더 많이 읽고,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점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소인배

Since 2008 e-mail : theuranus@tistory.com

    이미지 맵

    도서관/서평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