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3 "교내 스타크래프트 대회 우승"

타산지석 3 "교내 스타크래프트 대회 우승"


타산지석 3 "교내 스타크래프트 대회 우승"


시간은 흐르고 흘러,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역시 중학교와 같이, 랜덤 추첨에 의해서 결정이 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다행히도 북구 최고의 명문고등학교라 불리는 경상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사실, 말이 명문이긴 하지만, 그건 이미 예전의 일이었고, 내 바로 위 학년부터 고교 평준화가 되면서, 이제는 슬슬 평범한 학교가 되고 있는 상황이긴 했다.



"고등학교 배치고사"


고등학교에서도 역시 반편성을 위한 배치고사를 치렀는데, 이번에는 중학교에서와는 달리, 거의 제대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없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남들은 고등학교에 가기 전, 남는 시간에 수학 정석이나 성문 종합 영어를 3번 정도씩 보고 온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은커녕 아예 책을 보지 않고 왔으니 충분히 그럴 법도 했다. 아니, 정석은커녕 실제로 중학교 교과서 수준의 내용도 이미 내겐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배치고사를 치고, 반이 편성이 되었고, 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를 처음으로 치는 날이 다가왔다. 이번에도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최악의 기록을 세우게 되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전교생 550명 중 488등 정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게 되었다.


"꼴찌를 한다는 것은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학교 선생님 중에 아마도 생물 선생님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꼴찌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을 많이 하셨던 선생님이 계셨다. 어차피 남아있는 시간은 3년이고, 첫 시험에서 꼴찌를 한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꼴찌를 한다는 건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어차피 다시 올라가면 되는 것이라고...


아무튼, 그때부터 한동안 그 성적표를 버리지 않고 항상 가지고 다녔다. 스스로를 자극시키려는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사용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게임을 잘한다고 알려지는 것도 싫었다. 괜히 그런 것으로 유명해져 봤자, 좋을 것은 별로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고등학교에서는 조용히 지내면서 최소한의 공부는 하고 지내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중학교를 나온 친구들 덕에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잘한다는 소문이 슬슬 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다른 반의 한 녀석이 나를 찾아와서, 일종의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니가 그래 잘한다매? 함 물어보자. 머린 한기랑 저글링 한기가 싸우면 누가 이기노?"


사실, 내가 왜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그냥 그 친구를 조용히 보내고 싶어서 대답을 해주었다.


"저글링"

"오~ 인마 좀 안데이."

"그래, 그럼 머린 1부대랑 저글링 1부대가 싸우면 누가 이기노?"

"머린"

"오~ 좀 아네."


그 친구는 그렇게 대답한 후, 자기와 게임을 하려면, 몇 반에 있는 누구부터 먼저 이기고 오라고 한 후 사라졌다. 물론, 난 그 말을 철저하게 무시해버렸지만...


△ 블리자드의 게임 "스타크래프트 WALLPAPER"


"고등학교 축제기간, 다시 출전한 스타크래프트 대회"


그리고, 몇 개월 후, 고등학교에 축제 기간이 찾아왔다. 우리 학교는 남자 고등학교인 데다, 학교가 산에 위치하고 있어서, 축제라고 해도 별로 볼 것이 없긴 했다. 그런데 이번에 한 컴퓨터 관련 동아리에서 축제의 흥행을 위해서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추진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교내에 대회 관련 소식이 퍼지게 되었고, 나도 한번 대회에 출전을 하게 되었다.


대회는 예선전부터 시작이 되었는데,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예선전 조편성은 단 3명만 연속으로 이기고 올라가면 본선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대진표였다. 예선 첫 경기에서는 정훈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내가 주말에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으면 가끔 내가 있는 PC방으로 찾아와서 대결을 신청하던 친구였다.


이 친구와는 친하지도 않았고, 단지 내게 대결만 해오던 친구였던지라 따로 대화를 해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이 친구가 대결을 신청할 때마다 항상 받아주었는데, 이 친구에게는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내가 주종족인 테란을 선택하지 않고 해도 내가 이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난, 이런 대회나 시험 같은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무언가를 하는 경우에는 긴장을 과도하게 하는 편이다. 그래서 평소만큼의 실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선 1차전이 시작이 되었고, 과도한 긴장에 휩쓸린 사이, 위협적인 공격을 2차례나 받게 되었다. 가까스로 막아내고 나니 이미 상대는 2개의 확장 기지를 확보한 상황, 이대로 끌려가다가는 경기를 그르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을 끌면 불리해지겠다는 생각에, 이때부터 쉬지 않고 몰아치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뚫을 듯, 막힐 듯한 상황이 계속되며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하지만 결국 상대의 확장 기지 하나를 무너뜨리게 되면서 힘의 균형은 깨지게 되었고, 상대의 2번째 확장 기지까지 함락에 성공을 하게 되면서 상대로부터 GG를 받아낼 수 있게 되었다. GG는 "Good Game"의 약자로, 일반적으로 게임에서는 패배 선언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용어이다.


힘겹게 예선 1차전을 통과를 하고, 2, 3차전은 별 무리 없이 통과를 한 후, 본선까지 진출을 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교내 스타크래프트 본선 경기"


며칠 뒤, 학교 축제 기간에 본선 경기가 펼쳐졌다. 본선 4강전에서는 당황스럽게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맵에서 경기가 치러졌다. 맵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운이 좋게도, 상대를 일격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간단하게 결승에 선착을 했다.


먼저 결승에 올라, 반대편 조에서 누가 올라올지 보고 있었는데, 결승전 상대로는 수식이라는 친구가 올라왔다. 이 친구는 1차 예선에서 상대를 했던 정훈이라는 친구와 단짝인 친구였는데, 이 친구 역시도 주말에 가끔 PC방으로 찾아와서 대결을 신청하던 친구였다. 이 친구와의 역대 전적을 놓고 보아도, 난 여태까지 이 친구에게 단 한 번도 진적이 없었다.


결승전 1경기가 시작이 되었다. 결승전 역시, 처음 보는 맵에서 경기가 진행이 되었는데, 그래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상대 역시도 맵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어차피 서로 비슷한 상황이었다.


1경기 시작 후, 10분…

경기가 종료되었다.


2경기 시작 후, 5분…

경기가 종료되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일전에 나에게 저글링이 어쩌고, 머린이 어쩌고 이야기를 했던 친구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어찌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교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이전에 나는 대학가에서 펼쳐졌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 배틀넷 세계랭킹 100위권 안에도 올라있던 상황이었으니까. 그래도 이 대회의 우승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더 이상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나에게 시비를 걸 사람이 교내에서는 남아나지 않았던 것 정도가 아닐까?


예선전부터 결승전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고, 심지어 모든 경기에서 아주 가볍게 상대를 제압했었으니 말이다.


소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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