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4 "우리넷과 PAIN"

타산지석 4 "우리넷과 PAIN"


타산지석 4 "우리넷과 PAIN"


그렇게 학교 생활과 게임,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기고 있던 중, 배틀넷 채널, 게오동 채널에서 나는 점점 더 알려지고 있었다. 채널에서 알려지게 되니, 자연스럽게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었고, 그 채널에서 형들을 조금 알게 되었다. 물론, 실제로 만난 적은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채널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친하게 지냈다.


한날은 나와 채널에서 친하게 지내던 형을 통해서, 성광고를 졸업하고 복현오거리 근처에 있는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형을 한 명 소개받게 되었다. 성광고는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와 그다지 먼 거리에 있지 않은 학교였고, 복현오거리 역시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 형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PC방 이름은 "우리넷"이라고 들었는데, 그때는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어느 날, 집으로 가던 도중, 길가에 간판이 보였다.


'우리넷?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곳인데? 어디서 들어봤더라?'


그렇게 몇 번을 그곳을 지나치다 보니, 생각이 났다.


'아, 채널에서 알게 된 그 형이 일하는 곳이라고 한 곳이지!'


호기심에 한번 가볼까 말까 하다, 몇 번을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가, 결국에 한번 궁금해서 들어가 보게 되었는데, 이미 그때는 시간이 꽤 흐른 후라 그 형이 그때까지 일을 하고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자리를 잡고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이런 손놀림은… 혹시?"

"…"

"옳커니!"


△ 흔한 PC방의 풍경


"우리넷, 아지트가 되다."


'우리넷'을 통해서 만나게 된 형은, 인간적으로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은 좀 이상하게 생각이 되었으나, 친근한 동네 형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지라, 내가 갈 때마다 몰래 게임비를 절감해주기도 했고, 먹을 것도 적절히 가져다 주기도 했다.


우리넷이라는 PC방은 복현오거리에 위치하고 위치하고 있었는데, 당시 주변에 대형 PC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건재한 신기한 곳이다. 내부에서 보면 재미있는 곳인데, 다양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PC방을 집처럼, 아니 집보다 더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도 했다. 굳이 누가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오는 사람들, 그리고 PC방 안에서 서로 친해져서 같이 잘 지내는 사람들… 그렇다고, PC방 밖에서 따로 만나거나 그런 것을 하는 것은 아닌 사람들이다.


우선 크게는 게임별로 그룹이 나뉘게 되는데, 가장 큰 부류는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 2 부류로 나뉘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아르바이트를 하는 형은 스타크래프트를 즐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아, 잘 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서 몇몇의 다른 형들도 알게 되었는데, 또 다른 한 명의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형이 있었다. 느린 손을 가졌지만 전략과 전술에 능했다. 하지만 최대의 단점은 손이 느리기에 자신이 생각한 전략과 전술을 실행할 능력이 없는 것이 단점이었다. 2:2 팀플레이에 일가견이 있어서 팀플레이는 곧잘 해냈다.


그리고 리니지를 즐기는 그룹도 있었는데, 그들은 리니지라는 게임을 통해서 돈독한 유대감을 쌓고 있었다. 멤버는 고등학생부터 해서 곧 30을 앞둔 형님까지 다양했다. 리니지가 왜 악마의 게임인지 이 사람들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속칭 폐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대학교를 다니다가, 게임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아 퇴학처리를 당하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사는 20대 후반의 형님도 있었고, 아예 게임 외의 다른 것은 하지 않는 사람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PC방에 들락거렸던 나도 썩 잘한 것은 없으니, 이런 내용은 여기까지만 서술하고 그만하도록 하겠다.


소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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