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8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타산지석 8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타산지석 8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3학년이 되면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뽑아서 심화반으로 칭하는 2개 반을 운영을 하였는데, 난 역시나 성적이 부족했던 탓에 거기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내게는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어차피 심화반 수준의 수업을 따라갈 수준이 안되는데 괜히 무리하게 갔다가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심화반에 들지 못한 것이 장점만을 가져오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같은 반 친구들 중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시끄러워지게 되어 소음을 참아가며 공부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내가 소속된 반은 운이 좋게도 자리배치는 자율로 했는데, 덕분에 집중하기에 가장 좋은 맨 앞자리 가운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1교시가 있었던 고등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 0교시를 넘어선 -1교시가 있었다. 말 그대로, 0교시 이전에 한 시간 더 일찍 학교를 와야 된다는 소리였는데, 정말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에 있는다는 말이 적절할 듯했다. 게다가 학교에 오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새벽 6시 이전에는 일어나야 학교에 올 수 있었다.


6시 30분 정도부터 시작된 학교에서의 일과는 10시가 되어야 끝이 났고, 게다가 1시간 더 자율학습을 하고 가면 11시까지 학교에 있게 되는 것이었으니, 정말 말 그대로 학교에서 하루 종일 산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래도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국의 고3들 모두 그렇게 하는 것이니, 억울할 것도 없을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생각하면 상당히 짧은 시간일 수도 있고, 다르게 생각을 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시간이 촉박하고 모자랐다. 해야 할 것이 끝도 없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올랐던 모의고사 성적"


예전 수학능력시험은 총점 400점 만점이었는데, 3월에 친 모의고사 성적은 240/400 정도로 시작을 했다. 사실, 정말 낮은 점수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공부를 하겠다고 버틴 내가 신기하기도 하다. 그렇게 낮은 점수에서 시작했던 모의고사 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을 했다. 이런 소소한 것이 나로 하여금 계속해서 공부를 하게 하도록 희망을 주었던 것 같다. 5월, 6월, 7월, 8월을 거치면서, 성적이 조금씩 올랐다. 250, 260, 270, 280…


그렇게 조금씩 오르던 성적은, 대망의 수능을 앞두고 본 마지막 9월 모의고사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는데, 298점이라는 점수를 처음으로 받아보게 되었다. 내 고등학교 3년간 최고 성적이었다. 내 점수의 분포는 언어영역 110~110/120, 수리탐구 1 영역 12~20/80, 수리탐구 2 영역 95~105/120, 외국어영역 60~70/80 정도였다.


수학은 포기를 하려고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극복을 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영어의 경우에는 듣기를 제대로 못한 탓에 듣기에서 절반 이상의 문제를 틀렸다. 그 부분은 수능시험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극복을 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신의 경우에도 처음 출발에 비해서 상당히 많이 오르게 되었는데, 자연계 학생 300여 명 중, 60~70등 정도까지 따라붙게 되었다.



"포기하면 편할까?"


일반적으로 수능을 얼마 남기지 않은 여름이 되면 수능시험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수업시간에도 지쳐서 속칭 퍼져있는 학생들이 절반가량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내 경우 앞자리를 차지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는데, 뒤를 볼 일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들이 뻗어있는지, 뭘 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실 난 포기하는 친구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잘 모른다. 어쩌면 나도 중간쯤의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면 분위기에 휩쓸려서 중간에 포기를 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는 맨 앞자리에 앉았던 탓에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수능을 피하고 싶은 마음"


수능시험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시험이 점점 다가오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괜히 아파서 시험을 제대로 못 봤다든지 하는 핑곗거리라도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여태까지 잘 버텨놓고도 결정적인 순간을 앞에 두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시험 당일에 일이 생겨서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일이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험 전까지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불행이라면 불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인배

Since 2008 e-mail : theuranu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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